흔히 고속 성장 기업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정보기술(IT) 회사들이 떠오른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작해 엄청난 투자를 받아 ‘대박’을 터뜨리는 시나리오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29일(현지시간)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10개’를 보면 얘기가 사뭇 다르다. 원유 정제 회사가 3개, 제약사와 투자 회사가 각 2개, 3차원(3D) 프린터·헤드헌팅·소재·커피 회사가 1개씩이었다.

고속 성장 1위 기업은 재즈제약이다. 이 회사는 지난 3년간 평균 연매출 68%, 순이익 27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주 수익원은 수면장애치료제인 ‘자이렘(syrem)’. 시장에 경쟁자가 없어 올해만 판매가를 두 배로 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6억8000만달러.

2위는 원유정제회사인 홀리프런티어가 차지했다. 2011년 7월 홀리코퍼레이션과 프런티어오일의 합작으로 생겨난 이 회사는 지난해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 하락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 3년간 매년 평균 매출 60%, 순이익 250%씩 성장했다.

또 다른 제약사인 퀘스트코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1년 돼지 뇌하수체로 만든 경련 치료제 악타르의 독점 생산권을 단돈 10만달러에 산 이 회사는 이 약 하나만 팔아 지난해 5억4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001년 병당 1650달러였던 이 약을 지금 2만8000달러에 판다.

4위는 헤드헌팅 회사인 온어사인먼트다. 이 회사의 강점은 ‘전문직·비정규직’ 인재 모집에 특화돼 있다는 것. 경제 상황이 불안한 와중에 고급 인재를 단기적으로 쓰고 싶어하는 회사들의 호응을 얻었다. 지난 3년간 순이익이 연평균 141%씩 늘었다.

3D 프린터 혁명의 ‘원조’ 격인 3D시스템스가 5위를 차지했다. 최근 3D 프린터가 대중화되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6위는 CVR에너지다. 홀리프런티어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값이 크게 떨어진 원유를 정제하며 많은 돈을 벌었다. 3년 평균 순이익 상승률은 177%. 7위의 버터스인베스트먼트는 참신하면서도 안정성이 높은 상품을 파는 것으로 잘 알려진 뮤추얼펀드다. 8위 IPG포토닉스는 광학섬유를 질레트, 폭스바겐 등 대기업에 납품하는 매출 5억달러대의 강소기업이다. 부동산 투자 서비스업체인 HFF는 최근 미국 부동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급성장했고, 식음료업체 중 유일하게 그린마운틴커피로스터스라는 커피 생산업체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