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는 단순한 영화관에서 쇼핑·파티·갤러리 등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컬처플렉스(culture와 complex의 합성어)’로 진화하고 있다. 극장과 고급 레스토랑을 결합한 상영관 ‘시네 드 쉐프’와 복층 테라스 구조 디자인으로 오페라 극장 같은 느낌을 살린 ‘스윗박스 프리미엄’ 등이 대표적이다. CJ CGV는 컬처플렉스를 중국과 베트남뿐 아니라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본산지인 미국에도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메가스타 파라곤점. 조만간 CGV로 간판을 바꿀 예정이다.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메가스타 파라곤점. 조만간 CGV로 간판을 바꿀 예정이다.
○베트남 극장 접수

CJ CGV는 2011년 7월 베트남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메가스타’를 인수했다. 인수 직후인 2011년 하반기(3, 4분기) 매출 179억원, 당기순손실 11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1분기에는 매출 138억원, 당기순이익 16억원을 올렸다. 올해 1분기에는 2005년 메가스타 창립 이래 최고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관람객 수는 121%, 매출은 136% 늘었다.

CJ CGV는 메가스타를 인수한 뒤 관람객이 매년 30만명씩 늘면서 베트남 내 독보적인 1위 극장 사업자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극장 간판을 메가스타에서 CGV로 바꾸기 시작했다. 베트남 CGV 메가스타는 총 10개 극장, 78개 상영관을 보유하고 있다. 오는 11월 베트남 북부 하롱베이 마린플라자에 극장을 새로 개관하면서 컬처플렉스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 계획이다.

CJ CGV 측은 “한국에서 쌓은 차별화한 서비스 노하우와 CGV의 핵심 역량을 메가스타에 적용해 단기간에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영화산업 규모는 800억원 정도로 한국의 10%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경제 성장과 비례해 하노이와 호찌민을 중심으로 영화관을 찾는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체 인구의 52%가 25세 미만인 점도 성장세를 기대하는 요인이다.

CJ CGV는 베트남에 자사의 해외 진출 원칙인 ‘SGMS 모델’을 적용했다. 진출 국가에 새로운 문화를 심고(seeding), 충분히 성장시킨(growing) 다음, 한국 문화와 융합(mixing)해 현지에 확산시킨다(spreading)는 전략이다. 회사 측은 제조업과는 다른 문화콘텐츠산업의 특성에 맞춘 새로운 전략이자 진출 국가에 새로운 영상 문화를 정착시키는 장기 수익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CJ CGV는 문화 교류를 위해 지난해부터 ‘호찌민 한국-베트남 영화제’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영화 창작 교육을 제공하는 ‘베트남 토토의 작업실’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김지훈 감독과 한가인이 지난달 열린 제2회 베트남 토토의 작업실에 참여했다.

한국영화 상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CJ CGV는 지난해 베트남에서 한국영화 5편을 상영해 21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특히 지난해 11월 개봉한 송중기 주연의 ‘늑대소년’은 9만여명을 모아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고급화 전략으로 다른 극장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미국 CGV LA.
고급화 전략으로 다른 극장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미국 CGV LA.
○영화 본고장 미국 진출

CJ CGV는 멀티플렉스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도 진출했다. 2010년 6월 문을 연 CGV LA는 CJ CGV 미국 1호점으로, 할리우드에 인접한 로스앤젤레스(LA) 코리아타운 내 마당몰에 자리잡았다. 3개관 600여석 규모에 디지털 및 3D 상영 시설을 갖췄다. CJ CGV는 LA 지점을 발판으로 미국 내 CGV 극장을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CGV LA는 고급화 전략으로 다른 극장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각 상영관에 고급 사양 의자를 갖추고 국내 ‘커플석’에 해당하는 프리미엄 시트를 적용하는 등 관람객들이 다른 극장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받도록 신경을 썼다. 특히 미국에선 보편화되지 않은 지정좌석제를 도입해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멤버십 제도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마케팅으로 한국 극장 서비스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CGV LA는 미국 지역 생활정보 전문 웹사이트인 옐프(YELP)에서 별 5개 만점에 4.5개 이상 평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할리우드 프리미엄 극장 체인인 아크라이트 할리우드와 동등한 수준이다.

CGV LA의 또 다른 특징은 현지 언어·인종·세대 간 다양성을 아우르는 문화 소통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스튜디오에서 만든 대부분 영화에는 한글 자막을 입히고 한국영화에는 영어 자막을 입혀 상영하고 있다. 한국 동포 1세대는 물론 영어권인 1.5세대 이상 재미동포, 현지인 등 다양한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수많은 한국영화를 영어 자막과 함께 상영해 미국에서 다양한 한국영화를 알리는 통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감기’와 ‘더 테러 라이브’를 상영 중이다.

이 밖에 LAAPFF(LA Asia Pacific Film Festival)과 쇼트 HD 인터내셔널(Shorts HD International) 단편영화 상영회 등 아시아 문화 콘텐츠 기획전도 진행하고 있다.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2’ 미국 예선 촬영과 원더걸스가 출연한 TV 영화의 VIP 시사회 등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임형곤 CGV 글로벌사업팀 팀장은 “현재 CGV의 미국 내 스크린 수는 미국 전체 영화시장 규모와 비교할 때 미약한 수치지만, 한국영화를 영어 자막과 함께 상영해 미국 내 한국문화를 심는 등 ‘코리안 시네마 게이트웨이’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