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빅브라더' 감사원] '정권 심복'인 사무총장에 휘둘리는 감사원…원장은 '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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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권력따라 춤추는 감사원
'내부출신' 사무총장이 감사방향 이끌어
4대강 등 정권 바뀔때마다 결과 변해
'내부출신' 사무총장이 감사방향 이끌어
4대강 등 정권 바뀔때마다 결과 변해
“양건 감사원장이 사퇴한 건 김영호 사무총장과의 갈등 때문이다.” 최근 양 원장이 돌연 사퇴한 배경에 대해 감사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4대강 ‘코드 감사’ 논란이 일자 김 사무총장은 감사원 간부들에게 양 원장의 거취에 대해 부적절하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보면 월권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얘기를 전해 들은 양 원장이 ‘감사원 장악에 영이 안 선다’며 사퇴 결심을 굳혔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 말 임명된 전임 김정하 사무총장이 5개월 만인 올봄에 낙마하고 박근혜 정부 들어 승진했다.
◆사무총장 권력 막강
차관급인 감사원 사무총장이 어떤 자리길래 원장과 불협화음까지 빚었을까. 감사원 공무원의 ‘꽃’으로 불리는 사무총장은 내부에서 승진한다.
이 때문에 학계 법조계 등 외부에서 오는 감사원장보다 안살림에 정통하다. 원장이 이회창 전 원장처럼 대가 세거나 전윤철 전 원장처럼 경제부처 수장 경험이 있지 않는 한, 문외한인 원장보다는 1000명이 넘는 직원 인사 정보와 수십년간 쌓인 감사 노하우를 바탕으로 감사원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전직 감사원 고위 간부는 “만약 사무총장이 ‘요즘 청와대와 국회, 언론의 분위기가 이렇습니다’라고 원장에게 보고하면 동향 파악에 무딘 원장으로선 사무총장 페이스대로 끌려가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역대 정권은 대부분 충성도가 높은 사람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사무총장이 되면 자기를 간택해준 ‘윗선’의 기류를 읽어 감사 방향을 이끈다. 바로 이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코드 감사’를 되풀이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선 독립적 지위를 가진다’는 감사원법 1장 제2조가 무색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감사원장과 함께 사무총장도 임기(4년)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권 따라 변하는 감사 결과
정치적 성향을 띨 수밖에 없는 사무총장이 사실상 지휘하는 감사원은 정권에 힘이 있을 때는 주요 국정 과제에 대한 감사를 미뤄놓다가 정권 교체기를 전후로 정책 감사로 포장된 한탕식 코드·표적 감사를 벌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권의 눈치를 보는 감사의 대표적인 예는 2008년 정치 이슈로 불거졌던 쌀 직불금 관련 감사다. 감사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말기인 2007년 고위 공직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연루된 쌀 직불금 부당 수령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도 이를 발표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지시로 불법 수령자 명단이 사라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 비공개 지시에 따라 감사 자료를 파기한 사실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인 2008년 드러나 파장을 낳았다. 진실 공방은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로까지 이어졌다.
올 5월에는 보금자리주택과 뉴타운 정책의 문제점을 밝히는 내용의 감사 결과가 나왔고, 7월에는 4대강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는 감사 결과가 공개됐다.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1월과 올해 1월, 그리고 박근혜 정부 들어 지난 7월 모두 세 차례 감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발표 때마다 수위가 달라졌다. 2011년에는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등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인 올 1월에는 “입찰 비리 등 설계부터 관리까지 곳곳에서 부실이 확인됐다”는 내용의 정반대 결과를 내놨다.
◆물갈이 인사용 표적감사 논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금융공기업 감사 역시 공공기관장 물갈이를 겨냥한 표적 감사 성격이 짙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 는 작년 12월 계열사인 우리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우리투자증권 등과 함께 강도 높은 감사를 받았다. 예년과 달리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까지 감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금융업계에선 역시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김영삼 정부 이후 강화된 감사원의 정책감사 기능이 정치적 중립성 문제로 나쁜 제도로 악용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중립성 제고를 위한 감사원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사무총장 권력 막강
차관급인 감사원 사무총장이 어떤 자리길래 원장과 불협화음까지 빚었을까. 감사원 공무원의 ‘꽃’으로 불리는 사무총장은 내부에서 승진한다.
이 때문에 학계 법조계 등 외부에서 오는 감사원장보다 안살림에 정통하다. 원장이 이회창 전 원장처럼 대가 세거나 전윤철 전 원장처럼 경제부처 수장 경험이 있지 않는 한, 문외한인 원장보다는 1000명이 넘는 직원 인사 정보와 수십년간 쌓인 감사 노하우를 바탕으로 감사원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전직 감사원 고위 간부는 “만약 사무총장이 ‘요즘 청와대와 국회, 언론의 분위기가 이렇습니다’라고 원장에게 보고하면 동향 파악에 무딘 원장으로선 사무총장 페이스대로 끌려가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역대 정권은 대부분 충성도가 높은 사람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사무총장이 되면 자기를 간택해준 ‘윗선’의 기류를 읽어 감사 방향을 이끈다. 바로 이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코드 감사’를 되풀이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선 독립적 지위를 가진다’는 감사원법 1장 제2조가 무색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감사원장과 함께 사무총장도 임기(4년)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권 따라 변하는 감사 결과
정치적 성향을 띨 수밖에 없는 사무총장이 사실상 지휘하는 감사원은 정권에 힘이 있을 때는 주요 국정 과제에 대한 감사를 미뤄놓다가 정권 교체기를 전후로 정책 감사로 포장된 한탕식 코드·표적 감사를 벌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권의 눈치를 보는 감사의 대표적인 예는 2008년 정치 이슈로 불거졌던 쌀 직불금 관련 감사다. 감사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말기인 2007년 고위 공직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연루된 쌀 직불금 부당 수령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도 이를 발표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지시로 불법 수령자 명단이 사라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 비공개 지시에 따라 감사 자료를 파기한 사실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인 2008년 드러나 파장을 낳았다. 진실 공방은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로까지 이어졌다.
올 5월에는 보금자리주택과 뉴타운 정책의 문제점을 밝히는 내용의 감사 결과가 나왔고, 7월에는 4대강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는 감사 결과가 공개됐다.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1월과 올해 1월, 그리고 박근혜 정부 들어 지난 7월 모두 세 차례 감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발표 때마다 수위가 달라졌다. 2011년에는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등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인 올 1월에는 “입찰 비리 등 설계부터 관리까지 곳곳에서 부실이 확인됐다”는 내용의 정반대 결과를 내놨다.
◆물갈이 인사용 표적감사 논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금융공기업 감사 역시 공공기관장 물갈이를 겨냥한 표적 감사 성격이 짙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 는 작년 12월 계열사인 우리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우리투자증권 등과 함께 강도 높은 감사를 받았다. 예년과 달리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까지 감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금융업계에선 역시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김영삼 정부 이후 강화된 감사원의 정책감사 기능이 정치적 중립성 문제로 나쁜 제도로 악용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중립성 제고를 위한 감사원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