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용돈 600만원씩 줄거지?" 돌싱女 다짜고짜…
"오빠, 저하고 결혼하면 지금 사는 집은 제 명의로 해줄 거죠? 오빠는 듣자하니 빌딩도 있고, 사업체도 있으니 그 집 하나쯤은 나한테 떼 줘야 나도 능력있는 오빠하고 결혼한 보람이 있지 않겠어요?"

40대 초반의 돌싱(돌아온 싱글) 여성 H씨가 맞선 첫날 상대 남성에게 때 이른 결혼 선물을 요구하고 있다. 상대 남성은 700억 원대의 50대 초반 자산가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요청을 받은 남성은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어리둥절해졌다. 여성으로서는 뒤늦게 실수를 뉘우치며 후회했지만 이미 남성은 맘을 접은 상태였다.

여성들 중에는 호감 가는 재혼상대를 만나고도 이와 같이 분별없는 말 한마디로 평생 인연을 수포로 돌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또 다른 비슷한 사례를 본다.

"오빠! 내가 지금은 별 볼품없는 처지가 됐지만 한때는 떵떵거리며 살았답니다. 나도 놀던 물이 있으니 용돈으로 월 600만원은 줄 수 있죠? 그래야 오빠 수준에 맞게 나도 품위를 갖추고 살 것 아니겠어요?"

47세의 재혼희망 여성 J씨가 맞선에서 만난 남성에게 다짜고짜 결혼 후의 용돈 수준에 대해 흥정을 하고 있다. 50대 중반의 자수성가 알부자 사업가 M씨는 학을 떼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돌싱들의 맞선에는 이와 같이 초혼 대상자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실수가 자주 발생한다. 돌싱 남성들의 경우 성급한 스킨쉽이 사고를 부른다면 여성들은 입방정 때문에 종지부를 찍는 경우가 잦다.

실제 재혼전문 정보회사 온리-유가 '맞선에서 인연을 수포로 돌리게 하는 교제 상의 주요 실수'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돌싱들의 재혼 맞선에서 서로 호감을 느낀 커플 중 교제로까지 연결되지 못한 121쌍의 실패 원인을 분석한 결과 여성 측의 '입방정 등 말실수'가 가장 많았다.

결혼 후 일정 수준 이상의 용돈이나 자동차, 집 등을 요청함은 물론 친정이나 자녀에 대한 지원도 포함돼 있다.

여성들의 입방정에는 못 미치나 남성들의 '스킨쉽'도 인연을 무산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첫 대면에서 서로 호감을 느낀 맞선 121건 중 36건(29.8%)을 실패로 몰아넣었다. 반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고는 2차, 3차에서 섣불리 스킨쉽을 시도하다가 아까운 배우자감을 놓치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돌싱이 된 많은 남성들은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가 마땅치 않아 맞선에서 만난 여성을 상대로 성급하게 스킨쉽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다"라며 "단지 남성들의 스킨쉽 시도에 대해서는 여성들이 수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맞선을 망치는 실수의 통계 측면에서는 여성들의 말실수보다 낮게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