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점기 "캐머런 감독이 타이타닉호 침몰원인 자문하더군요"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수출입 물량이 늘어나 선박 및 해양플랜트 기술자는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질 겁니다. 젊은이들이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고 봐요. 한국에서 세계적인 조선 전문가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78년 만에 미국 유럽이 아닌 지역에서 처음으로 ‘조선해양공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데이비드 테일러 메달’ 수상자로 최근 결정된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선박해양플랜트기술연구원장·사진). 백 교수는 부산대 연구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미국조선해양공학회로부터 19일 새벽에 전화로 수상자 결정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상은 세계 조선해양공학 기술 발전에 획기적인 공헌을 한 데이비드 테일러 미국 해군 제독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35년 미국조선해양공학회가 제정했다. 국제 조선해양공학계에서 영국왕립조선학회의 윌리엄 프루드 메달과 함께 ‘조선해양공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미국 워싱턴 미국조선해양공학회 연차총회에서 열린다.

백 교수는 “그동안 영문 위주로 쓴 500여편의 학술논문과 조선 관련 국제학회에 빠짐없이 참가해 토론한 것이 결실을 맺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선박 및 해양플랜트 안전설계를 위한 핵심기술인 비선형구조역학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다. 이 분야의 원천기술 연구개발과 선박·해양플랜트 안전설계에 관한 산업적 실용화에 크게 기여했다.

최근에는 제임스 캐머런 영화감독이 주도한 초대형 호화 크루즈선 타이타닉호의 침몰사고 원인 규명작업에도 백 교수의 기술이 적용됐다. “캐머런 감독이 미국 학회로부터 저를 추천받아 침몰원인 연구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침몰 가능성과 붕괴강도 성능 등을 밝혀냈죠.” 그는 이 결과를 올 6월 영국 SCIE 국제저널에 발표했다.

이처럼 백 교수가 연구해온 주요 성과는 선박 및 해양플랜트 해난사고로 인한 손실, 환경파괴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술로 국내외에서 큰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백 교수는 그동안 해양플랜트 화재진압 설비 등 30개가 넘는 특허를 출원했다. “그동안 받은 특허를 조선업체나 연구자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하반기부터는 특허 판매와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국왕립조선학회 상임이사, 대한조선학회 선박해양플랜트구조연구회장을 함께 맡고 있는 백 교수는 올해까지 영국왕립조선학회 최우수 논문상을 다섯 차례나 받았다.

백 교수는 선박·해양플랜트는 FTA 확대와 함께 전망이 밝은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2030년까지 1만6000명 정도의 해양플랜트 기술자가 필요한데 지금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저와 함께 공부하는 석·박사 학생들이 40명인데 입학만 하면 기업들이 졸업 후 보내달라고 요청해와요. 국가 산업을 키우고 세계적인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조선 분야를 택할 것을 권합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