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앞줄 오른쪽)가 23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연합뉴스
김한길 민주당 대표(앞줄 오른쪽)가 23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가 유야무야 끝나면서 여야가 또다시 ‘강(强)대강’ 대치 정국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들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3·15 부정선거를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한 데 대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23일 ‘대선 불복 행위’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이에 대해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전격 노숙투쟁을 선언하며 공세수위를 높였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야당 측의 3·15 부정선거 거론과 관련, “공당답게 금도는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수석의 이 같은 발언은 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민주당이 3·15 부정선거라는 말까지 입에 올리며 정권을 흔들고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혼란을 가중하고 결국 일부 (대선) 불복 세력과 연합해 다음 지방선거에 정략적 접근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귀태’ 발언에 이어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대국민 흑색 선동을 자행한 것”이라며 “3·15 부정선거는 4·19혁명의 도화선이 될 만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불법선거였으나 지난 대선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진 선거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초강공으로 맞섰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민주주의 회복의 그날까지 이곳 광장에서 노숙하며 천막을 지키겠다”며 노숙투쟁 돌입을 선언했다. 김 대표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촉구’ 제4차 국민보고대회에서 “국회 일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천막에 많이 못 있게 되면 제가 낮이나 밤이나 새벽에도 천막을 집 삼아 광장에서 천막을 지켜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은 국정조사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최종 목표는 관련 책임자들의 처벌과 국정원 개혁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이미 국조가 대선 불복이나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고 수차례 밝혔다”며 “다만 대통령이 잘못된 과거와 용기있게 결별하라고 촉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제4차 대국민보고대회를 연 뒤 곧바로 시민단체 등이 주최하는 촛불집회에 합류했다.

여야가 이처럼 정면으로 대치하면서 8월 결산국회는 물론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까지 파행을 겪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 3·15 부정선거

3·15 부정선거는 1960년 3월15일 실시된 정·부통령 선거에서 당시 자유당 후보였던 이승만 대통령이 관권을 동원해 유령 유권자 등록, 야당 참관인 축출, 개표 조작 등으로 85%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된 사건을 말한다.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4·19혁명), 이 전 대통령은 결국 하야했다.

이호기/도병욱/추가영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