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세금 가볍게 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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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지갑' 섣불리 손대 저항 자초
복지 무리수 솔직히 인정해야
세금늘리는 복지 지속될 수 없어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복지 무리수 솔직히 인정해야
세금늘리는 복지 지속될 수 없어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세금 걷는 최고의 기술은 거위가 비명을 적게 지르게 하면서 깃털을 가장 많이 뽑는 것과 같다”고 말한 이는 콜베르다. “짐은 곧 국가”라고 했던 17세기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세 시절 명재상으로 중상주의(重商主義)로 유명한 인물이다. 아무리 가벼운 깃털 한 가닥이어도 뽑히는 거위의 고통은 크다. 절대 왕정의 세금 걷는 일도 그렇게 어렵다는 얘기다.
전제 군주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궁전 신축과 잦은 침략전쟁은 국고를 고갈시켰고 훗날 루이 16세의 재정난 타개를 위한 가혹한 세금 징수에 도시 상공업자들과 농민들이 반발한 결과가 1789년 프랑스대혁명이다. 이와 함께 세계사의 3대 시민혁명으로 꼽히는 영국 명예혁명과 미국의 독립혁명도 세금이 빌미가 됐다. 영국은 찰스 1세가 의회 동의 없이 세금을 징수하자 1649년 의회파가 군주를 처형하고 공화정을 수립한 청교도혁명이 1688년의 명예혁명으로 이어졌다. 미국 독립운동의 도화선이었던 1773년 ‘보스턴 차사건’도 마찬가지다. 영국이 지나친 차세(茶稅)를 부과하자 식민지 주민들이 차를 가득 실은 영국 배를 습격했고, 미국은 독립선언과 함께 영국을 상대로 전쟁에 나선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많이 거두려는 징세자와 덜 내려는 납세자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세정(稅政)이 가혹해지면 민란이 빈번해지고 결국 혁명으로 이어진 역사는 흔하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의 시대, 섣불리 세금을 올렸다가 어느 나라에서나 한순간에 정권을 빼앗기기 십상이다. 그런 사례 또한 비일비재하다.
결국 세금을 너무 가볍게 보다 박근혜 정부 스스로 무덤을 파고 말았다. 게다가 세제 개편안을 놓고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식”이라고 빗댄, 역사책에서 끄집어낸 거위론은 그렇지 않아도 먹고살기 팍팍한 중산층의 염장을 지르는 소리였다. 3450만~7000만원의 연소득자에게 16만원의 추가 부담, 한 달에 겨우 1만3000원 정도 가지고 뭘 그러느냐는 볼멘 항변도 없지 않다. 하지만 깃털 뽑히는 거위, 소득세에 가장 민감한 ‘유리지갑’ 봉급생활자들의 정서를 한참 모르는 얘기다.
물론 세제 개편안이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실천을 위해 나름대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한 세금계산서이고, 근본적으로 세금을 늘리지 않고는 그 많은 복지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억울함도 클 것이다. 새누리당의 지난 대선 때 복지공약 비용이 무려 135조원 규모이고 보면 증세는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복지에 대한 기대로 국민들이 쉽게 호주머니를 열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형편없는 착각이다. 복지는 좋지만 공짜가 아니라면 내 돈 나가는 것은 싫은 게 국민의 이중적 납세의식이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보다 훨씬 많은 192조원어치의 복지공약 퍼주기에 여념이 없다가 이제는 ‘세금폭탄’이라면서 정권 퇴진의 촛불을 들고 조세저항을 부추기는 민주당의 행태가 낯 두껍기는 해도 서민들에게 먹힌다. 그게 현실이다.
세제 전문가 아니라 누가 봐도 복지확대를 위해서는 세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여전히 “증세는 없다”고 한다. “지하경제 양성화,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감면제도 축소를 통해 증세 없는 복지로 간다. 공약가계부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우기지만 결국 선택은 둘 중 하나다.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더 거둬들이거나, 증세가 없다면 약속을 깨더라도 급하지 않은 복지공약을 털어내는 방법뿐이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은 지난해 20.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4.6%(2010년)보다 아직 낮다. 이번 세금 논란은 정부로서도 세금을 늘려 복지를 확충할 것이냐, 아니면 공약을 줄일 것이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돌파구를 만들 가장 좋은 기회인데 솔직하지 못한 고집에 매달리고 있다.
복지는 곧 세금이다. 그러나 세금 늘리는 복지는 전혀 지속 가능하지 않은 허상이다. 이미 구조적 저성장과 초고속 고령화에 접어든 시대, 그 한계가 너무나 뻔하다.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걷어갈수록 나라 전체의 경제활력과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어 결국 세금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게 한다는 것이 경제학의 일관된 결론이다. 다들 그걸 잊고 있는 것 같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전제 군주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궁전 신축과 잦은 침략전쟁은 국고를 고갈시켰고 훗날 루이 16세의 재정난 타개를 위한 가혹한 세금 징수에 도시 상공업자들과 농민들이 반발한 결과가 1789년 프랑스대혁명이다. 이와 함께 세계사의 3대 시민혁명으로 꼽히는 영국 명예혁명과 미국의 독립혁명도 세금이 빌미가 됐다. 영국은 찰스 1세가 의회 동의 없이 세금을 징수하자 1649년 의회파가 군주를 처형하고 공화정을 수립한 청교도혁명이 1688년의 명예혁명으로 이어졌다. 미국 독립운동의 도화선이었던 1773년 ‘보스턴 차사건’도 마찬가지다. 영국이 지나친 차세(茶稅)를 부과하자 식민지 주민들이 차를 가득 실은 영국 배를 습격했고, 미국은 독립선언과 함께 영국을 상대로 전쟁에 나선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많이 거두려는 징세자와 덜 내려는 납세자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세정(稅政)이 가혹해지면 민란이 빈번해지고 결국 혁명으로 이어진 역사는 흔하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의 시대, 섣불리 세금을 올렸다가 어느 나라에서나 한순간에 정권을 빼앗기기 십상이다. 그런 사례 또한 비일비재하다.
결국 세금을 너무 가볍게 보다 박근혜 정부 스스로 무덤을 파고 말았다. 게다가 세제 개편안을 놓고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식”이라고 빗댄, 역사책에서 끄집어낸 거위론은 그렇지 않아도 먹고살기 팍팍한 중산층의 염장을 지르는 소리였다. 3450만~7000만원의 연소득자에게 16만원의 추가 부담, 한 달에 겨우 1만3000원 정도 가지고 뭘 그러느냐는 볼멘 항변도 없지 않다. 하지만 깃털 뽑히는 거위, 소득세에 가장 민감한 ‘유리지갑’ 봉급생활자들의 정서를 한참 모르는 얘기다.
물론 세제 개편안이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실천을 위해 나름대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한 세금계산서이고, 근본적으로 세금을 늘리지 않고는 그 많은 복지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억울함도 클 것이다. 새누리당의 지난 대선 때 복지공약 비용이 무려 135조원 규모이고 보면 증세는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복지에 대한 기대로 국민들이 쉽게 호주머니를 열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형편없는 착각이다. 복지는 좋지만 공짜가 아니라면 내 돈 나가는 것은 싫은 게 국민의 이중적 납세의식이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보다 훨씬 많은 192조원어치의 복지공약 퍼주기에 여념이 없다가 이제는 ‘세금폭탄’이라면서 정권 퇴진의 촛불을 들고 조세저항을 부추기는 민주당의 행태가 낯 두껍기는 해도 서민들에게 먹힌다. 그게 현실이다.
세제 전문가 아니라 누가 봐도 복지확대를 위해서는 세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여전히 “증세는 없다”고 한다. “지하경제 양성화,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감면제도 축소를 통해 증세 없는 복지로 간다. 공약가계부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우기지만 결국 선택은 둘 중 하나다.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더 거둬들이거나, 증세가 없다면 약속을 깨더라도 급하지 않은 복지공약을 털어내는 방법뿐이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은 지난해 20.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4.6%(2010년)보다 아직 낮다. 이번 세금 논란은 정부로서도 세금을 늘려 복지를 확충할 것이냐, 아니면 공약을 줄일 것이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돌파구를 만들 가장 좋은 기회인데 솔직하지 못한 고집에 매달리고 있다.
복지는 곧 세금이다. 그러나 세금 늘리는 복지는 전혀 지속 가능하지 않은 허상이다. 이미 구조적 저성장과 초고속 고령화에 접어든 시대, 그 한계가 너무나 뻔하다.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걷어갈수록 나라 전체의 경제활력과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어 결국 세금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게 한다는 것이 경제학의 일관된 결론이다. 다들 그걸 잊고 있는 것 같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