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서 썼던 대통령 독도 방문·F-15 출동이 현실로…국제사법재판소 가자는 日주장엔 대응할 필요없어"
“외교부에 법률자문관으로 왔지만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받고 돌아갑니다.”

독도 관련 소설을 쓴 현직 판사, 외교부 최초의 독도 관련 법률자문관으로 화제가 됐던 정재민 판사(36·사진)가 지난 19일 2년간의 외교부 파견 임기를 마쳤다. 그가 외교부로 마지막 출근한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내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위안부, 독도 관련 국제법 자료가 담긴 10여개의 상자를 원래 근무지(대구가정법원)인 대구로 부치느라 부산한 모습이었다.

정 판사는 2009년 ‘하지환’이라는 필명으로 소설 ‘독도 인 더 헤이그’를 출간했다. 자위대 함정을 독도 인근으로 파견하는 일본의 도발로 결국 독도 영유권 문제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게 되는 상황을 다뤘다. 10여년 전 국방부에서 법무관으로 복무하면서 국제법 자문관 일을 하며 영감을 얻은 소재였다. “당시 독도 문제를 다룰 기회가 있었는데 들여다보니 제가 몰랐던 부분이 너무 많았고 우리가 기분 내키는 대로 독도 문제에 접근하는 게 애국이 아니다 싶었어요. 감정적으로 대처하면 재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니 지혜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가 외교부에서 일한 2년간 독도를 두고 한·일은 첨예하게 맞섰다. 그의 소설에서 허구로 등장했던 이지스함, F-15기 출동, 한국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실제 상황이 됐다. 지난해에는 일본이 독도 문제를 ICJ에 가져갈 뜻을 강하게 시사하기도 했다. 정 판사는 독도 문제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득이 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 어디에도 자기가 점유하고 있는 땅을 스스로 소송으로 가져가는 나라는 없습니다. 당연히 재판을 하자는 것은 점유하지 않은 쪽이고, 점유하고 있는 측에서 재판에 응하는 건 적절치 못한 대응입니다.”

정 판사는 지난 2년간의 고민과 연구 내용을 담아 최근 ‘국제법과 함께 읽는 독도현대사’라는 책을 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국현대사 총서의 하나로 발간된 것으로, 독도 문제가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해 역사적·국제법적 측면에서 쉽게 풀어냈다. 특히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주요 근거인 대일강화조약(샌프란시스코조약)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제법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과 학생들이 독도 문제의 역사적 배경과 국제법적 측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게 정 판사의 바람이다.

그는 21일부터 대구가정법원 판사로 돌아간다. 판사로서 바쁜 일상에 쫓기다보면 국제법에 집중할 시간이 없어지겠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국제법 법무관으로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독도 인 더 헤이그’를 쓰게 됐고, 그 인연으로 외교부 법률자문관의 기회를 얻었지요.

또 인연이 있다면 국제법과 독도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