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질주를 하고 있는 스릴러 ‘숨바꼭질’에 출연한 손현주는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를 잘 포착한 게 흥행 비결”이라고 말했다.  /뉴 제공
흥행 질주를 하고 있는 스릴러 ‘숨바꼭질’에 출연한 손현주는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를 잘 포착한 게 흥행 비결”이라고 말했다.  /뉴 제공
손현주(48)가 주연한 영화 ‘숨바꼭질’(감독 허정)이 지난 14일 개봉한 후 19일까지 237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마더’(120만명)와 ‘친절한 금자씨’(112만명) 등의 첫 주말 흥행세를 훌쩍 뛰어넘는 스릴러 영화 최다 관객 기록이다.

‘숨바꼭질’은 고급 아파트에 사는 사업가 성수 역을 맡은 손현주가 오랜 기간 연락을 끊고 지낸 형의 실종 소식을 듣고 그의 허름한 거처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난해 방송 드라마 ‘추적자’로 SBS 연기대상을 받은 그는 최근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히트했고, 주역으로 출연 중인 방송 드라마 ‘황금의 제국’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데뷔 22년 만에 전성기를 맞은 손현주를 20일 서울 회현동 한 호텔에서 만났다.

“중학교 3학년인 딸이 어제 친구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고는 이렇게 무서울 줄 몰랐다고 얘기하더군요. 공포스러운 이야기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재미있었다는 거예요. 후반부에 완성도가 약간 떨어지는 게 흠이라면서. 저는 그런 얘기는 하지 말라고 호통쳤죠. 아빠가 4개월간 공들여 찍은 작품이니까. 하하.”

영화는 부자와 빈자를 대비시키면서 내 물건이 내 것이 아니며, 내 집에서도 낯선 이가 몰래 공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예기치 못한 흥행에 저도 깜짝 놀랐어요. 물론 손현주의 힘은 아니지요. 전미선, 문정희, 아역배우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갔어요. 무엇보다 허 감독이 쓴 시나리오 힘이 큽니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감을 잘 포착했거든요. 속도감이 뛰어나고 긴장감도 적절하게 유지했고요.”

그는 지난해 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무서워서 한 번에 끝까지 읽지 못했다고 한다. 등 뒤가 서늘해지는 느낌은 처음이었다고. 그렇지만 뒷부분이 궁금해 마저 읽었다고 했다.

“이럴 수도 있구나. 일상에 집이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지만 때론 불안하기도 합니다. 누군가 엿보는 것 같아 커튼을 내리잖아요. 뷰(전망)가 좋아서 집을 사지만 막상 살다 보면 창문을 닫고 보지 않습니다. 이런 식의 일상적인 공포를 잘 포착했어요.”

극 중 그는 결벽증 환자다. 손을 씻을 때 브러시로 피가 날 정도로 닦는다. 영화는 결벽증이 실종된 형과의 말 못할 사연에서 초래됐음을 암시한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브러시를 사다가 그런 장면을 연출했다고 한다.

“영화 촬영 기간 내내 제 자신도 불안감에 시달렸어요. 시간을 맞추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촬영 시작 한 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했어요. 새벽에 일어나야 할 경우에는 잠을 못 이룰 때도 많습니다. 흥행에 대한 부담도 컸습니다. 방송계의 손현주가 영화계에 와서 망쳤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겁났거든요.”

그는 처음 주연한 영화 ‘펀치 레이디’(2007년)가 흥행에 참패한 뒤 6년간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다. 이번 영화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나 스스로 들떠버리지 않을까 해서지요. 이 영화 흥행도 멀고 먼 연기 행로의 한 과정일 뿐인데, 초심을 잊을까 봐 걱정됩니다.”

1991년 KBS 공채 14기 탤런트로 입문한 그는 20여년간 드라마에서 소시민을 대변해 왔다.

“성수 역이 내 것을 지키려는 소시민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냉혹한 북한 장교, ‘황금의 제국’에서 야욕에 가득한 기업인 역할은 소시민에서 벗어난 역할이지요. 앞으로 다양한 역할로 연기를 확대해가고 싶습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