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정해 놓은 회사 급여지급기준에 따라 임원에게 지급한 상여금도 이익을 처분한 성격에 해당하면 법인세 부과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임원 상여금을 손금(비용)으로 편입시켜 법인세를 면제받아온 회계처리 행태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고 노무현 대통령 후원자였던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운영한 시그너스컨트리클럽이 “강 회장에게 지급한 상여금 8억5000만원은 법인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며 충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상고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법인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본 원심은 인건비의 비용 산입이나 이익 처분에 따라 지급하는 ‘상여금’에 관한 법리 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1, 2심도 “회사 정관에 정해져 있더라도 상여금의 액수를 정한 근거를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상여금을 취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익 처분에 의해 지급된 것”이라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이익 발생에 따라 지급하는 임원 상여금은 원칙적으로 회계처리 시 비용으로 포함시킬 수 없어 법인세 부과 대상이 된다. 그러나 ‘정관 주주총회, 사원총회 또는 이사회 결의에 의해 결정된 급여 지급기준에 의해 지급한 금액’까지는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대표이사에게 임원 이익 상여금 배당 권한을 모두 일임한다’ ‘주총의 결정에 따른다’는 식으로 정관을 만들고 거액의 임원 상여금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그너스컨트리클럽 정관도 “이사와 감사의 보수와 퇴직금은 주주총회에 따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회사 주주들은 이에 따라 주총을 열고 2008년과 2009년 강 회장에게 상여금 8억5000만원과 퇴직금 39억여원 등을 주기로 결의하고 이를 지급했다. 이후 이를 비용에 포함시켜 세금을 냈으나 세무서 측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법인세 13억9000여만원을 부과했다. 그러자 이들은 “강 회장의 경영 실적에 대한 보상일 뿐 ‘이익 처분’의 성격이 아니고,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지급했으므로 비용처리 대상”이라며 소송을 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비슷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주)센트럴시티가 같은 이유로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법인세 35억원을 돌려달라”고 낸 소송을 기각했다. 센트럴시티는 회사 정관에 따라 2006~2010년 신선호 전 이사회 의장에게 상여금 80억여원을 지급했다가 이에 대한 법인세가 부과되자 소송을 냈다.

정소람 기자 ram@hanka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