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3차 양적완화(QE) 출구전략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양적완화에 나서더라도 채권 매입 규모를 조금씩만 줄여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주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나왔다. Fed는 지난해 9월부터 매달 850억달러의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는 3차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해왔다.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지난 5월 처음으로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는 출구전략을 시사한 이후 출구전략이 언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시행될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돼 왔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Fed가 850억달러의 채권 매입 규모를 공격적으로 줄이기보다는 조금씩 축소해나가는 방식으로 출구전략의 위험을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채권 매입의) 대규모 축소는 통화완화 정책을 한꺼번에 줄일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낼 위험이 있다”며 “반면 작은 규모로 출구전략을 시작할 경우 좀 더 점진적이고 정제된 방식으로 (금리를) 정상화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Fed 고위 관료가 양적완화의 출구전략 방식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불러드 총재는 Fed가 9월부터 실제로 출구전략을 시작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Fed가 9월이나 12월부터 출구전략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러드 총재는 또 채권 매입을 조금씩만 줄인다면 그 금액은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지 않았다.

시장에선 소비자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년 만에 최저인 3만2000개로 떨어지면서 양적완화 축소 등 출구전략 시행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다우존스지수는 225.47포인트(1.5%) 급락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 2.755%를 기록해 2011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채권 수익률은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Fed가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투자자들이 채권 투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지난 6월 보유 미 국채를 215억달러 줄였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 Fed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미국 고유의 중앙은행 제도를 말한다. 줄여서 Fed로 쓴다. 1913년 연방준비법에 의해 창설됐다. 미국 각지의 12개 지역 FRB와 이를 총괄하는 연방 FRB, 정책금리를 포함한 각종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으로 구성돼 있다.

FOMC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7명의 이사와 5명의 지역 연방은행 총재(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당연직)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2006년부터 벤 버냉키 의장이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