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13일 오전 6시17분.

보험회사들이 최근 회사채 발행 부진에 따른 ‘허기’를 채우기 위해 공모 예정 물량 중 일부를 사모로 미리 배정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해 금리 경쟁을 벌일 경우 원하는 물량을 받아가지 못할 수 있어서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대하이스코는 지난 12일 500억원의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이 중 60%인 300억원어치는 국내 보험사가 투자했다. 회사 재정팀 관계자는 “일부 금융회사가 사모로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와 공모사채 발행 전에 필요 자금 일부를 조달했다”고 말했다.

현대하이스코에 앞서 KCC와 삼성물산도 공모사채 발행을 전후해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KCC는 지난 9일 500억원(7년 만기)어치를, 삼성물산은 7월23일 1000억원어치(5년 만기)를 발행했다. 이 중 인수 증권사들이 다른 금융회사에 판매한 물량은 각각 300억원과 500억원으로 모두 보험사 혹은 우정사업본부 몫으로 배정됐다.

투자은행(IB) 업계는 국내 다수 보험사들이 우량 회사채 수요를 채우기 위해 현금이 필요한 대기업에 대한 사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금리가 뛰었던 지난 6월과 7월 우량 회사채 공급에 공백이 생긴 탓”이라며 “현금이 쌓이다 보니 물량 선점 욕구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입장에선 공모사채보다 사모사채에 투자하는 게 매력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회사채가 아닌 대출채권으로 분류하면 매번 시가평가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