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전통적 판매 채널인 설계사 조직을 축소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보험계약을 깨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설계사를 통한 신계약 확보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말 기준 전속 설계사는 3만6413명으로 전년 말(3만9769명)에 비해 3356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동안에만 전속 설계사 규모가 8% 이상 줄었다. 업계에서는 탄탄한 설계사 조직을 바탕으로 영업을 확대해온 삼성생명이 설계사 수를 줄이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최근에도 전속 설계사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지난 1일 회사에 소속된 남성 설계사 600명 중 75%인 450명의 소속을 독립 보험대리점(GA)으로 바꿨다. 남아 있는 150명의 전속 설계사는 예전처럼 영업 성과에 따라 삼성생명에서 모집 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GA로 소속이 바뀐 설계사들은 앞으로 모집 수당을 삼성생명이 아닌 GA에서 받게 돼 삼성생명으로선 그만큼 관리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삼성생명의 설계사 구조조정은 경기침체에 따른 보험계약 유지율 하락과 판매 채널 다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삼성생명의 2012회계연도 25회차 보험계약 유지율(보험계약 2년 유지율)은 65%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떨어졌다. 이 비율이 떨어진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25회차 보험계약 유지율 하락은 보험에 가입한 지 2년이 안돼 보험을 해지하는 비율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 판매 채널인 전속 설계사와 비교해 다른 판매 채널의 효율이 빠르게 높아진 점도 설계사 구조조정의 배경이다. 삼성생명 전속 설계사의 연납화보험료(APE)는 2012회계연도에 월평균 2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상승했다. APE란 월 또는 분기, 연간 등 다양한 형태로 납입되는 보험료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로 한 해 동안 보험영업 실적을 판단하는 잣대로 사용된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GA(730억원)와 방카슈랑스(960억원)는 각각 33.4%, 252.8% 급증했다.

올 들어서는 전속 설계사의 생산성마저 악화됐다. 2012회계연도 전속 설계사의 1인당 APE는 월평균 840만원이었는데, 2013회계연도 1분기에는 670만원으로 떨어졌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