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大 학보, 선진 금융감독관리 필요성 강조 논문 게재

북한이 전자금융의 발전 추세에 맞춰 선진 금융감독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에 관심을 나타내 주목된다.

15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김일성종합대 학보 2013년 제2호에 실린 '전자금융 봉사(서비스)와 그 발전 방향에 대한 이해'라는 제목의 논문은 "망(網) 은행은 미래의 은행업 발전의 중요 방향"이라며 "그 발전이 규범화되지 못한 것으로 하여 반드시 감독관리와 조정을 진행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망 은행'은 전산시스템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한 '전자은행'을 가리킨다.

논문은 "(감독관리와 조정을 진행해야) 전자금융 봉사 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계획적으로 피할 수 있으며 망 은행의 원활한 발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금융감독체계가 갖는 위험관리 기능에 주목했다.

논문은 "망 은행의 위험에 대하여 감독과 관리를 진행하려면 망 은행의 위험에 대한 식별을 진행하여야 한다"며 "위험식별이란 망 은행의 복잡한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위험 환경과 내부경영 환경에서 망 은행이 뜻밖에 입을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식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체계가 관리해야 하는 위험에는 금융정보 유출사고도 포함된다.

논문은 전자금융이 발전하면서 은행 전산업무에 대한 외부 기술업체의 참여도 활발해진다며 "상업은행의 업무 비밀이 폭로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며 그것이 증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논문은 '망 은행의 운영에 필요한 전문적인 기술부서'가 필요하다며 금융감독 전담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성종합대 학보는 단순히 학문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북한 당국의 의중을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 논문은 북한이 자본주의 국가와 유사한 금융감독체계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논문은 또 '국제적인 표준'이 금융 시스템의 위험관리에 이바지한다고 강조했으며 전자금융 거래의 예로 유가증권 거래도 들었다.

북한의 학술지가 금융 발전의 세계적 추세를 따라야 할 필요성과 전자 증권거래까지 언급한 것이다.

조봉현 IBK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일성종합대 학보가 '6·28 경제관리개선 방침'에 따른 금융 개혁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와 유사한 금융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