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재검토 파장] 경기침체로 부가세·법인세 급감
국세청이 집계한 올 상반기 세수 진도율(세수 목표 대비 실적 비율) 46.3%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세수가 부진했던 2010년(51.7%)보다도 크게 낮은 것이다.

최근 6년간 상반기 세수 진도율이 50%를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침체로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법인세가 급감했고 소비와 투자 활동이 줄어들면서 부가가치세 증권거래세 교통·에너지·환경세 주세 등이 일제히 감소했다.

◆소득세 빼고 모조리 감소

올 상반기 국세청이 거둬들인 세수는 92조18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1조5938억원)보다 9.3%(9조4061억원) 적다. 최근 3년래 가장 적은 세수다.

관세청 세수도 부진했다. 관세청이 올 상반기 거둬들인 관세는 4조5539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3057억원에 비하면 14.2%(7518억원)나 적었다. 국세와 관세를 합한 상반기 세수(96조7416억원)는 1년 전(106조8995억원)보다 10조1579억원 감소했다.

세수 중 가장 부진한 세목은 법인세였다. 지난해 상반기 국세청은 법인세로 25조6221억원을 거둬들였지만 올 상반기엔 이보다 4조1883억원이나 적은 21조4338억원에 그쳤다. 부가세 실적도 전년(27조8566억원)보다 2조2374억원 줄어든 25조6192억원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 탓에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았다. 주세는 작년보다 7.8% 감소한 1조3547억원, 유류세가 포함된 교통·에너지·환경세는 10.1% 줄어든 6조4039억원에 머물렀다. 종합소득세가 예상을 웃돌면서 소득세 실적만 전년보다 1816억원 늘었을 뿐 교육세 증권거래세 농특세 등 주요 세목이 모두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세수 진도율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통상 상반기에는 부가가치세(1월) 법인세(3월) 종합소득세(5월) 등 주요 세목이 집중돼 있어 매년 상반기 세수 진도율이 50%를 웃돌았다. 2008년 57.9%, 2009년 52.9%였고 2010년에도 상반기 진도율은 51.7%를 기록했다. 2011년 53.2%, 2012년 52.9%였지만 올해 진도율은 46.3%에 불과하다. 진도율이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뜻이다.

◆세무조사보다 경기 회복이 우선

올해 세수 부진은 경기 침체 외 다른 요인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와 세무당국의 공통된 견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서상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법인은 전체 법인세 신고 법인(48만2574개)의 34.1%인 16만4583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15만2673개에 비해 7.8%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경기 침체로 12월 결산법인의 세전 이익률은 -12.5%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실적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이다. 관세 감소는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관세율이 낮아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면 세수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 여건이 아무리 좋아져도 10조원 안팎의 세수 부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수 부진이 지속되자 최근 국세청은 세수 확대를 위해 세무조사를 대폭 늘리는 것보다 성실 납세 분위기 조성 및 경기 회복 지원 등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조사 계획 등을 일부 수정했다. 작년보다 6%가량 늘리기로 했던 전체 세무조사 건수도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한편 대기업 세무조사 대상 수도 당초 계획보다 100개 이상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세무조사 강화가 오히려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세무조사를 작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