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해프닝으로 끝난 '둥근 모서리' 특허
“삼성전자는 애플의 디자인 특허 침해 주장이 유효하지 않음을 MP3플레이어 YP-T7J를 통해 명확하고 확실하게(clear and convincing) 입증했다.” 미국 무역위원회(ITC)가 지난 9일(현지시간) 애플이 ‘삼성 제품이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으니 수입금지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내린 결정이다.

둥근 모서리를 가진 YP-T7J는 삼성이 2006년 출시한 제품이다. 아이폰보다 1년 빨랐다. ITC는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rectangles and rounded corners)’이라는 디자인 특허에 대해 예비판정을 뒤엎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디자인은 애플이 펼쳐온 특허 다툼의 주요 무기였다. 2011년 3월 생전의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2를 발표한 자리에서 삼성전자 로고를 대형 화면에 띄우고 ‘모방꾼(copy cat)’이라고 비아냥댔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한참이나 ‘모방꾼’이란 오명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양사 간 1차 특허소송에서도 애플은 디자인 특허침해 배상료로 스마트폰 대당 24달러를 삼성에 요구했다. 기타 다른 특허료로 요구한 것은 6달러에 불과했다. 대신 삼성의 표준특허를 쓰는 대가로는 대당 0.0049달러만 지불하겠다고 주장했다. 당시 배심원은 10억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산정하며 근거 중 하나로 디자인 특허 침해를 꼽았다.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디자인은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이고 광범위한 디자인’이라는 게 디자인업계의 정설이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노트북, 내비게이션 등 평평한 디스플레이 패널을 쓰는 제품은 대부분 이 같은 모양이다. 애플이 2011년 디자인 특허 공세를 강화할 당시 ‘애플이 만약 자동차를 만들었다면 바퀴 네 개가 달린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등 세계 주요 국가 법원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인정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특허를 신청한 애플이나, 특허를 내준 미국 특허청이나 무리였다는 얘기다.

그동안 애플과 삼성은 특허소송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제는 애플이 촉발한 디자인 특허 논란을 끝낼 때다. 스마트폰업계가 좀 더 나은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고, 제품 값을 낮춰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데 집중하기를 기대한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