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비영리조직 회계기준 마련해야
우리 사회에는 많은 비영리조직들이 국민의 민생과 복지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공익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부자와 같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재무보고를 통해 그 활동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데에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비영리조직이 사회적 보고 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비영리조직의 회계를 투명하게 한다면 그 결과로서 기부문화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비영리조직 회계기준이 하루 빨리 제정·시행돼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비록 통일된 회계기준은 없지만 비영리조직이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시스템에 재무제표를 공시해야 하는 제도가 마련됐기에 많은 이들이 비영리회계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 제도는 자산총액 10억원 이상이거나 기부수입이 5억원 이상인 비영리조직에 적용되는데 2012년 현재 8000여개가 그 대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전체 비영리조직 수가 3만여개임을 감안하면 그 적용 범위가 너무 좁다는 비판이 있다. 전체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종교단체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공시되는 재무제표의 비교 가능성도 문제다. 통일된 회계기준이 없어 비영리조직마다 공시하는 재무제표 양식이 달라 서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영리조직 회계 투명성을 논할 때 먼저 짚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재무보고의 이용자, 달리 말해 재무보고의 목적이다. 사회적으로 비영리조직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변죽만 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컨대 어떤 비영리조직이 회계장부 원본만을 지정된 장소나 인터넷에 비치해 두고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해서 회계 투명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비영리조직들은 법규에서 요구하는 대로 상세한 재무정보를 만들어 감독기관인 정부에 제출하고 인터넷에 공시하기 때문에 투명한 회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눈으로 볼 때 공시된 재무정보가 단순한 ‘자료’에 그치고 ‘정보’로서의 효용을 갖지 못한다면 실질적으로는 회계가 불투명한 것이다.

비영리조직 재무보고가 감독기관의 감독 목적만을 위한 것이 돼서는 안 된다.

비영리조직에 자금을 제공하는 일반 기부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는 재무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진정한 회계 투명성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다.

임석식 < 한국회계기준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