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두 번째, 세 번째 소녀상을 세워 위안부의 비극을 모든 미국인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미국 한인 단체 가주한미포럼을 이끄는 윤석원 대표(66·사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글렌데일시립공원에 자리잡은 국외 첫 ‘평화의 소녀상’ 건립 주역이다.

글렌데일 시의회에 일본군 위안부를 기리는 기념시설을 공공 부지에 건립하자고 제안하고, 시의회의 결심을 끌어내기 위해 인권·사회단체를 설득했다. 글렌데일 시정부가 정한 ‘일본군 위안부의 날’인 지난달 30일 치러진 소녀상 제막식 때 윤 대표는 뒷전에 물러서 있었지만 소녀상 건립 기획, 섭외, 재정, 진행 등 대부분의 과정이 윤 대표 손을 거쳤다.

윤 대표는 사회운동가가 아니다. 29세이던 1974년 미국으로 건너가 30년 이상 무역회사를 경영해온 기업인이다. 2011년 5월엔 그가 오너 겸 사장으로 있는 유니크 스펙트로닉스가 미국 공산품을 세계에 수출한 실적으로 미국 대통령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그는 로스앤젤레스 한인 은행인 태평양은행 최대 주주이자 이사장도 함께 맡고 있는 한인 사회 대표적 기업인이다.

2007년 마이크 혼다 의원(민주·캘리포니아)이 주도한 미국 하원 위안부결의안이 윤 대표의 인생행로를 바꿨다. 그는 “혼다 의원이 결의안을 추진한단 소식을 듣고 한인으로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작정 혼다 의원의 결의안 추진을 지원하기 위해 한인들이 만든 가주한미포럼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회원 대부분이 대학생과 젊은 사회운동가인 이 단체에서 환갑을 바라보던 윤 대표는 길거리에서 서명을 받는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7년 7월30일 하원 결의안이 통과되자 가주한미포럼은 결의안의 정신을 뒷받침할 새로운 사업으로 남부 캘리포니아주에 위안부 기림비를 건립하기로 했고 윤 대표가 이 사업 책임자가 됐다. 이후 6년 동안 기업 경영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소녀상 건립에 매달렸다.

윤 대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인 비중이 높은 캘리포니아주 공공 부지에 가능하면 많은 위안부 기림비를 세워 더 많은 미국인에게 군대 위안부라는 비극적 역사를 정확하게 알리고 싶어요.

이는 인류 보편의 인권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치자는 것일 뿐 결코 일본인을 적대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