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29초영화제 시상식이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콘퍼런스룸에서 열렸다. 청소년부와 일반부 수상자, 영화제 관계자들이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박카스 29초영화제 시상식이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콘퍼런스룸에서 열렸다. 청소년부와 일반부 수상자, 영화제 관계자들이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수찬이가 중·고·대학교로 진학할수록 넉넉하던 집안 살림살이는 기울어간다. 마침내 대학 졸업반이 되자 부모님은 이제 한시름 놓겠구나 하고 기대하지만 물거품이 되고 만다. 청년실업 문제로 고심하던 수찬이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선언한 것. 아버지는 이 말에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진다.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박카스 29초영화제’에서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한 김민수 감독의 ‘대한민국에서 학부형으로 산다는 것’이 영예의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좋은 작품이 많았는데 아마도 심사위원들이 교육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며 “앞으로 사회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청년실업·황금만능주의 유쾌한 풍자 '학부형으로…' '블로거…' 대상 안았다
청소년부 대상은 돈의 노예로 전락한 블로거를 비판한 이성욱 감독(상동고)의 ‘대한민국에서 블로거로 산다는 것’에 돌아갔다. 화장품 체험단에 선발된 뷰티 블로거가 신제품을 얼굴에 바른 뒤 뾰루지가 난 것을 숨긴 채 칭찬 글을 올리고, 어머니가 그 글을 보고 제품을 사온다.

동아제약이 후원하고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이 영화제는 ‘대한민국에서 ~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공모해 29초 먼슬리영화제(월 단위로 개최되는 29초영화제) 사상 가장 많은 1562편을 출품받았다. 수상작은 일반부와 청소년부 5편씩, 특별상 2편 등 총 12개 작품이 선정됐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재능을 담은 수작들이다.

50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이날 시상식은 홍대 인디밴드 사운드박스의 열창과 경품 이벤트 등으로 축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박카스 탄생 50주년을 맞아 역대 박카스 광고를 상영하는 시간도 가졌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화장실 앞에서 여자친구가 나올 때까지 떼지어 기다리고 있는 남자친구들의 숙명(?)을 담은 구한별 감독의 ‘남자친구’편, 가족을 위해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가장들의 눈물겨운 실상을 보여주는 이재휘 감독의 ‘가장’편에 주어졌다.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왕따 친구의 무거운 짐을 함께 지며 고통을 나누는 우정을 담은 임중현 감독(경기영상과학고)의 ‘난객(좋은 벗)’, 손주들이 방문했을 때 생기 넘치다가 떠난 뒤 홀로 남은 할머니의 외로움을 대비시킨 이충희 감독(대전고)의 ‘외할머니’편이 차지했다.

일반부 우수상은 비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친 퀵서비스 아버지를 외면하는 딸의 모습을 통해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려보는 송원영 감독의 ‘불효자’,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초등학생마저 학업의 노예가 되고 있는 실태를 비판한 서유천 감독의 ‘꿈나무’편에 주어졌다.

수상자들에게는 50만원부터 300만원까지 상금과 함께 고성능 액션캠(동영상 촬영용 카메라), 아이패드 등이 수여됐다. 오는 10월26일 열리는 제3회 29초영화제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도 주어졌다. 신동욱 동아제약 사장은 “출품작들이 재미있고 잘 만들어졌다. 나중에 한국과 세계를 대표하는 감독이 되거든 박카스를 PPL(간접광고)로 활용해달라”고 당부해 좌중을 웃겼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