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위원회(ITC)의 애플 스마트폰 수입금지에 대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정작 미국 기업들과 법조계에서도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미국 고유의 특허 제도와 소송 절차에 대한 국가 최고 기관의 개입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압도적이다. 미국의 공정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는 주장도 있다.

오바마 정부가 거부권 행사의 명분으로 강조한 것은 이른바 표준특허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원칙이다. 표준특허 보유자는 이 방식으로 기업들에 사용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애플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이 애플에 이런 절차에 따라 특허 사용을 용인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것인지 명확한 설명이 없다. 이 원칙이 일관성을 가지려면 기존 표준특허 보유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마땅하다. 퀄컴이나 샌디스크 램버스 등 표준특허 보유기업들이 이번 조치가 ‘혁신적 발명의 가치’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거부권이 표준특허를 견제하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 기업은 삼성이나 애플 구글 등 IT 기업에서 연간 수십억달러씩 특허 사용료를 받는 회사들이다. 퀄컴의 특허 수입만 연간 30억달러가량이며 대부분은 표준 특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퀄컴(모바일 AP칩), 램버스(RAM), 샌디스크(HDD) 등에 지급한 특허비용만 44억9000만달러에 달하는 실정이다.

애플이 삼성의 표준특허에 대해 특허료로 제시한 금액은 아이폰 1대당 0.49센트였다. 6원도 안 되는 돈이다. 삼성은 15달러 정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견해차로 벌어진 소송이었고 삼성의 입장을 인정한 것이 ITC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개입한 것이었다. 더구나 중국과 인도 등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지식재산권 보호를 요구해왔던 미국으로서는 명분도 잃고 말았다.

그렇다고 표준특허에 대한 미국의 정책 자체가 바뀌었다고 볼 어떤 증거도 아직은 없다. 오바마 정부의 이번 거부권 행사가 향후 세계 특허권 시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비상한 주목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