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세계 첫 '3D 메모리'…'아파트형' 낸드 양산
메모리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기존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한 ‘3차원 구조 수직형 낸드플래시(3D V-낸드·사진)’를 개발해 본격 생산에 나선다.

삼성은 이 기술을 토대로 ‘기가바이트(GB)’를 넘어 ‘테라바이트(TB·1TB=1024GB)’ 시대를 앞서 열 수 있게 됐다. 향후 반도체와 모바일기기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로 불리는 3D V-낸드를 세계에서 처음 양산한다고 6일 발표했다.

평면형 단독주택 구조의 한계로 인해 메모리 집적화가 불가능하던 장벽을 독창적인 아파트 모양의 수직 구조로 바꿔 극복했다. 낸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많이 들어간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3D V-낸드는 기존 낸드 제품에 비해 집적도는 2배 이상 높고 생산성도 2배가량 좋아진다. 파일을 만들 때 쓰기 속도도 2배 이상 빨라지고 다운로드한 동영상을 볼 때 읽기 속도도 2배가량 개선된다. 낸드 수명이 2배에서 10배가량 늘어나고 소비전력도 절반으로 감소한다.

삼성은 기술의 한계를 깬 만큼 5년 내 스마트폰과 PC의 저장 용량을 현재보다 수십 배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칩 하나에 ‘테라바이트’를 저장할 수 있는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에 양산에 성공한 3D V-낸드의 용량도 128기가비트(Gb)로 현재 주력 제품의 2배에 달한다. 메모리 용량이 32GB인 삼성 갤럭시S4에 64Gb 낸드 4개를 넣었지만, 앞으론 128Gb 낸드 2개만 넣으면 된다. 스마트폰을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최정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장(전무)은 “최신 SSD(스테이트솔리드드라이브)가 256GB급인데 3D V-낸드 개발로 5년 내 1TB급 SSD를 현재 256GB급 가격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