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이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인근 주민들에게 송전탑 건설 협조를 부탁하는 편지를 보냈다. 서한에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대안을 수용하기 어렵고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사실상 정부가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밀양시는 윤 장관이 지난달 29일 단장·부북면 등 5개면 1900여가구에 765㎸ 송전탑 및 송전선로 건설에 협조를 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2일 밝혔다.

윤 장관은 서한에서 “장관 취임 뒤 가장 먼저 챙긴 일이 밀양 송전선의 대안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아무리 검토해 봐도 밀양 송전선 건설 외에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보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송전선이 지나는 길목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또 다른 민원을 야기할 수 있어 당초 계획을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고 윤 장관은 설명했다.

또 최근 송전탑건설반대대책위가 제안한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논의를 거쳤지만 대책위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새로운 요구를 하는 등 소모적인 논쟁을 되풀이했기 때문에 새로운 논의 기구를 또 만드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과 관련해 윤 장관은 “주민이 원한다면 송전선에서 180m 이내의 인접 주택을 한국전력공사가 매입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개별 보상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무엇보다 내년 여름부터 전력난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정부를 믿고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밀양 송전탑건설반대대책위 공동대표인 남밀양성당의 김준한 신부는 “장관이 한전에서 제대로 보고를 받지 않아 대안이 없는 걸로 알고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공론화 기구 등을 통해 밀양 송전선로의 대안과 문제점 등을 토론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