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규제의 역설] "보조금 규제 고마워"…수백억 과징금 맞고도 통신사는 웃는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통신3사 2분기 실적 개선된 까닭
방통위 단속 강화에 보조금 경쟁 안해
마케팅비용 줄어들자 영업이익 '껑충'
소비자 혜택은 실종…통신사 배만 불려
방통위 단속 강화에 보조금 경쟁 안해
마케팅비용 줄어들자 영업이익 '껑충'
소비자 혜택은 실종…통신사 배만 불려
서울 합정동에 사는 심지연 씨(28)는 최근 스마트폰 액정에 금이 가 새 스마트폰을 사려고 휴대폰 매장을 찾았다. 그러나 몇몇 매장을 둘러본 뒤 불편해도 그냥 쓰기로 했다. 스마트폰 가격이 너무 비싸 바꿀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판매점 직원은 “정부가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휴대폰 보조금 단속을 강화해 통신사들이 보조금 쓰기를 꺼리는 분위기여서 스마트폰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라고 귀띔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보조금 규제 강화로 통신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 덕에 올 2분기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늘었다. 휴대폰 보조금을 덜 써 마케팅 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위한다는 이유로 강화한 정부의 보조금 규제가 통신사들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분기 이익 대폭 개선
최근 발표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2분기 경영실적을 보면 공통적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SK텔레콤의 2분기 영업이익은 5534억원으로 1분기보다 34.8%,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33.2% 늘었다. LG유플러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1448억원으로 1분기보다 17.6%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5억원 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KT는 유선사업 수익 악화로 2분기 이익 개선폭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3483억원으로 전년보다 0.7% 증가했지만 1분기에 비해선 5.2% 감소했다. 그러나 휴대폰 등 무선사업 실적은 좋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증가한 1조7522억원을 기록했다.
통신사들의 영업이익이 개선된 것은 보조금 규제로 마케팅 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2분기 마케팅 비용은 8530억원으로 1분기 9070억원에 비해 6.3% 감소했다. 갤럭시S3 가격이 17만원까지 떨어졌던 지난해 3분기(1조350억원)보다는 21.3% 줄었다. KT도 2분기 마케팅 비용을 줄였다. 6249억원을 썼다. 1분기에 비해 10.4% 적은 수준이다.
한 소비자는 “보조금 규제로 통신사들 배만 불린 것 아니냐”며 “보조금으로 쓸 비용을 소비자 혜택으로 돌리겠다고 광고했으나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2분기 실적에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규제 바라는 통신사
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폰 보조금 규제를 강화하면 통신사들의 실적은 좋아진다. 통신사들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과징금을 내면서도 규제를 반기는 이유다. 겉으론 공격적인 영업을 막는 방통위의 규제를 불쾌해하지만 속으론 미소 짓고 있다는 얘기다. 한 통신업계 고위 임원은 “보조금 규제가 없으면 통신사들이 출혈경쟁을 벌여 이익이 남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는 꼭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용 측면에서도 마케팅 비용보다 과징금이 훨씬 경제적이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보조금 경쟁이 치열했던 2011년과 지난해 통신 3사의 연간 마케팅 비용은 6조~7조원에 달했다. 이달 초 방통위가 통신 3사에 내린 과징금은 669억6000만원. 연간 마케팅 비용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말 66일간 순차적인 영업정지와 함께 부과한 과징금도 119억원에 그쳤다.
○빙하기 언제까지…
통신사들은 올 하반기에도 좋은 실적을 유지할 전망이다. 요금이 비싼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방통위의 규제가 당분간 풀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KT는 보조금 과열 경쟁을 주도한 사업자로 지목돼 7일간(7월30일~8월5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방통위가 특정 사업자 한 곳만 골라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방통위의 규제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다.
일부 휴대폰 판매점에서 규제를 피해 치고 빠지기식의 보조금 지급 행사를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휴대폰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지난달 30일 KT의 영업정지가 시작됐지만 올해 초 통신 3사가 순차적으로 영업을 정지당했을 때만큼 치열한 가입자 빼앗기 경쟁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휴대폰 가입자 쟁탈전의 과열 정도를 보여주는 하루평균 번호이동(통신사를 바꿔 가입하는 것) 건수는 지난달 30일 2만여건, 31일 2만2000여건, 8월1일 1만7500여건이었다. 방통위의 시장 과열 판단 기준인 2만4000건을 계속 밑돌았다. 하루평균 번호이동 건수가 3만여건에 달했던 올해 초와 대조된다. 한 통신사 단말기 담당 임원은 “하반기에도 보조금 빙하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방송통신위원회의 보조금 규제 강화로 통신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 덕에 올 2분기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늘었다. 휴대폰 보조금을 덜 써 마케팅 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위한다는 이유로 강화한 정부의 보조금 규제가 통신사들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분기 이익 대폭 개선
최근 발표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2분기 경영실적을 보면 공통적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SK텔레콤의 2분기 영업이익은 5534억원으로 1분기보다 34.8%,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33.2% 늘었다. LG유플러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1448억원으로 1분기보다 17.6%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5억원 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KT는 유선사업 수익 악화로 2분기 이익 개선폭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3483억원으로 전년보다 0.7% 증가했지만 1분기에 비해선 5.2% 감소했다. 그러나 휴대폰 등 무선사업 실적은 좋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증가한 1조7522억원을 기록했다.
통신사들의 영업이익이 개선된 것은 보조금 규제로 마케팅 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2분기 마케팅 비용은 8530억원으로 1분기 9070억원에 비해 6.3% 감소했다. 갤럭시S3 가격이 17만원까지 떨어졌던 지난해 3분기(1조350억원)보다는 21.3% 줄었다. KT도 2분기 마케팅 비용을 줄였다. 6249억원을 썼다. 1분기에 비해 10.4% 적은 수준이다.
한 소비자는 “보조금 규제로 통신사들 배만 불린 것 아니냐”며 “보조금으로 쓸 비용을 소비자 혜택으로 돌리겠다고 광고했으나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2분기 실적에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규제 바라는 통신사
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폰 보조금 규제를 강화하면 통신사들의 실적은 좋아진다. 통신사들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과징금을 내면서도 규제를 반기는 이유다. 겉으론 공격적인 영업을 막는 방통위의 규제를 불쾌해하지만 속으론 미소 짓고 있다는 얘기다. 한 통신업계 고위 임원은 “보조금 규제가 없으면 통신사들이 출혈경쟁을 벌여 이익이 남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는 꼭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용 측면에서도 마케팅 비용보다 과징금이 훨씬 경제적이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보조금 경쟁이 치열했던 2011년과 지난해 통신 3사의 연간 마케팅 비용은 6조~7조원에 달했다. 이달 초 방통위가 통신 3사에 내린 과징금은 669억6000만원. 연간 마케팅 비용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말 66일간 순차적인 영업정지와 함께 부과한 과징금도 119억원에 그쳤다.
○빙하기 언제까지…
통신사들은 올 하반기에도 좋은 실적을 유지할 전망이다. 요금이 비싼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방통위의 규제가 당분간 풀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KT는 보조금 과열 경쟁을 주도한 사업자로 지목돼 7일간(7월30일~8월5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방통위가 특정 사업자 한 곳만 골라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방통위의 규제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다.
일부 휴대폰 판매점에서 규제를 피해 치고 빠지기식의 보조금 지급 행사를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휴대폰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지난달 30일 KT의 영업정지가 시작됐지만 올해 초 통신 3사가 순차적으로 영업을 정지당했을 때만큼 치열한 가입자 빼앗기 경쟁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휴대폰 가입자 쟁탈전의 과열 정도를 보여주는 하루평균 번호이동(통신사를 바꿔 가입하는 것) 건수는 지난달 30일 2만여건, 31일 2만2000여건, 8월1일 1만7500여건이었다. 방통위의 시장 과열 판단 기준인 2만4000건을 계속 밑돌았다. 하루평균 번호이동 건수가 3만여건에 달했던 올해 초와 대조된다. 한 통신사 단말기 담당 임원은 “하반기에도 보조금 빙하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