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골스토리의 서울방과 초보방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경기 여주군 신라CC에서 팀 대항전인 ‘서초대전’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왕골스토리의 서울방과 초보방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경기 여주군 신라CC에서 팀 대항전인 ‘서초대전’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초보 골퍼가 이렇게 환영받는 동호회가 또 있을까요? 스코어 100타가 넘는 백돌이가 동호회 덕분에 6개월 만에 10타를 줄였네요.” (회사원 정태현)

‘왕초보 골퍼들의 모임’ 왕골스토리는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한 초보 골퍼를 위한 동호회다. 골프에 열정을 갖고 있는 초보라면 기본 스윙 레슨부터 필드 실전 라운딩까지 골프의 ‘A to Z’를 선배 골퍼에게 배울 수 있다.

이 동호회는 정기 월례회뿐만 아니라 이벤트 모임도 종종 연다. 지난달 28일에는 서울지역 소모임 서울방과 입문자 위주의 초보방 간 이벤트 라운드 일명 ‘서초대전’이 경기 여주군 북내면에 있는 신라CC에서 열렸다. 서울방과 초보방에서 각각 5팀이 참가해 불꽃 튀는 샷 대결을 펼쳤다.

초보방은 서초대전의 드레스코드를 ‘블랙 앤드 화이트’로 정했다. 선수 20명은 검은색과 하얀색 의상으로 통일해 승리를 향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다. 이에 비해 서울방은 자율성을 강조한 분위기로 대회에 임했다. 이날 결과는 평균 98.8타를 친 서울방의 승리. 평균 99.5를 친 초보방이 간발의 차로 패했다. 초보방을 이끄는 회사원 고상현 씨(43)는 “제가 실력 발휘를 못해 패했다. 하지만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이벤트에 많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해 즐거웠다”고 자평했다.

2007년 시작된 왕골스토리는 왕초보 골퍼를 우대하는 인터넷 골프 동호회로 자리매김하며 회원 수가 2만7000여명으로 늘었다. 주 회원은 이제 막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직장인 아마추어 골퍼들이다. 고씨는 “혼자 골프를 배우면서 어려움을 겪는 골퍼들이 왕골스토리에 많이 가입한다”며 “모임에선 이들이 골프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했다.

초보 회원을 먼저 18홀 골프장으로 나오라고 하기보다 충분한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첫 번째 단계는 100야드 안팎의 파3홀만 있는 골프장에서 고수들과 라운딩하면서 골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이후엔 스크린골프장으로 자리를 옮겨 고수들이 스윙 자세를 교정해준다.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면 9홀 골프장에서 모임을 갖고 그동안 배운 것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한다.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서울방 소속으로 서초대전에 참가한 회사원 정현준 씨(38)는 “2년 전 골프에 입문하면서 동반자를 찾기 위해 가입했다”며 “선배 회원들과 라운딩하며 싱글도 한번 기록하고 80대 중반을 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서울 강남과 강서, 강북지역에서 정기 레슨 모임이 1주일에 한 번 열린다. 레슨 프로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오랫동안 활동해온 회원들이 연습장 한 곳을 정해 자발적으로 원포인트 레슨을 해준다. 강남의 레슨 모임은 매주 수요일 저녁 논현골프연습장에서 열린다. 레슨비는 받지 않는다. 연습장 사용료만 내면 된다. 강남 레슨 모임의 열성적인 참가자 정태현 씨(37)는 “처음엔 정식 레슨을 받지 않고 골프를 시작했는데 레슨 모임에 나와서 어드레스부터 피니시에 이르는 기본적인 자세를 교정받았다”며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레슨을 해주는 선배 회원 덕분에 실력이 크게 늘었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골프를 시작했는데 동반자도 없고 필드에 나가가기 두렵다면 주저하지 말고 ‘왕골스토리’에 오세요. 초보도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힘을 모아드릴게요.” (고상현 씨)

여주=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