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회장 소환조사 '사기성 CP' 발행 혐의
거액의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사진)이 31일 검찰에 출석해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윤 회장의 진술 내용을 검토한 뒤 사전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원곤)는 이날 “윤 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오늘(31일) 오전 9시30분께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윤 회장을 상대로 회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을 알고도 CP를 발행하도록 임직원에게 지시했거나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와 그룹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챙겼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지난해 7월 CP 발행이 어려운 수준까지 회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을 미리 알고도 이를 숨기고 10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당시 웅진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웅진코웨이 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포기하고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기로 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룹은 코웨이 매각 포기 사실을 숨긴 채 지난해 9월 또다시 198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회장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 법정관리 신청 직전 아내 명의의 웅진씽크빅 주식을 팔아 1억2800만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있다.

이에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5월 웅진그룹 3개 계열사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적발해 윤 회장 등 경영진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6월21일 서울 충무로에 있는 웅진그룹 본사와 계열사, 임직원 자택 등 7~8곳을 압수수색해 그룹 회계 자료와 내부 보고 문건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웅진그룹 경영진의 900억원대 배임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웅진그룹 계열사인 서울저축은행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또 다른 계열사가 대출받은 돈에 대해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가 사실상 보증을 서게 하는 방식으로 회사에 960억원이 넘는 손해를 끼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혐의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백과사전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웅진그룹을 키워내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던 인물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