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앞줄 오른쪽 두번째)가 3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외 병행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한길 민주당 대표(앞줄 오른쪽 두번째)가 3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외 병행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31일 전면적인 장외 투쟁을 선언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가 핵심 증인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청문회 출석과 증언을 담보하는 방안을 놓고 여야 협상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들 두 증인이 없거나 설사 출석하더라도 ‘국정원법상 업무상 비밀 유지 의무’를 들어 답변을 회피하는 국조는 무의미하다며 배수진을 쳤다. 새누리당은 현행 국조법상 정당한 사유로 불출석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동행 명령을 강제하는 것은 초법적인 행위라고 맞섰다.

○‘대통령 하야’ 보도 인용

민주당은 1일 서울 시청광장에 김한길 대표를 본부장으로 하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첫 현장 의원총회를 여는 등 장외 투쟁을 본격 전개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오는 3일 청계광장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해 국민과 함께 나설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민주당은 비상체제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국민은 분노하고 민주당의 인내력은 바닥이 났다”며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기간 45일 중 30일을 파행시켰다. 20여일간의 국정조사 중단, 증인 채택 거부로 인해 더 이상 국정조사에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그동안 원내 투쟁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 중심으로 장외투쟁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결국 거리로 나가게 됐다. 김 대표가 전면에 나선 것은 당을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다만 제1야당이 또다시 ‘촛불’과 ‘거리의 정치’에 기댄다는 비판적 시선을 감안해 원내외 병행투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오전에 열린 비상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새누리당을 성토하고 지도부에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목희 의원은 “어쩔 수 없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학영·유승희 의원도 “장외 진지를 구축해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희 의원은 “미국의 CNBC는 지난 18일 ‘최악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돼 하야할 수도 있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며 “이에 반해 여권에 편향적인 보도를 일삼는 국내 언론사들에 대해 항의 방문을 할 것”이라고 했다.

○강경파 득세, 김 대표 전면에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선 명분은 국정원 국조 협상과 관련,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청문회 동행명령 강제 여부다.

국정원 국조특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증인이 불출석했을 때 강제 동행 명령을 내리고 이에 불응할 시 여야 합의로 해당 증인을 고발하겠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며 “또 현행 국정원법이 업무상 기밀 누설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원 전 원장 등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이 청문회에서 제대로 증언할 수 있도록 남재준 원장이 동의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조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동행 명령을 할 수 있지만 정당한 이유 여부에 대한 조사나 확인도 없이 무조건 동행 명령을 약속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불리한 판을 뒤엎고, 국정조사를 의도적으로 파행시키려는 자폭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만 “대승적 차원에서 강제동행 명령 부분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기/이태훈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