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법무부는 국내외 법률상 미국이 신병 인도를 요구하고 있는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을 강제 송환할 수 없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러시아 국내법에서 ‘송환’이란 용어는 외국인을 자발적으로 자국으로 돌려보내는 경우에만 사용되며 국제법에서도 강제 추방의 경우 사용될 수 없다”며 강제 송환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 법무 장관이 러시아 법무 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지난 23일 알렉산드르 코노발로프 러시아 법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스노든의 범죄 혐의는 사형에 처할 사안이 아니다” 며 “설혹 사형에 처해질 범죄 혐의가 추가되더라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히 보장한다”고 밝혔다.

스노든이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국가 기밀 누설과 반역 등의 죄로 사형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를 넘겨 줄 수 없다는 러시아 측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 알렉세이 푸슈코프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미국이 스노든을 사형시키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미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가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스노든이 설령 사형을 선고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국에 임시 망명을 요청한 인사를 미국에 인도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활동을 폭로하고 홍콩에 은신하다 지난달 러시아로 피신한 스노든은 지금까지 한달 이상 모스크바 국제공항의 환승구역에 머물고 있다. 미국 정부가 그의 여권을 말소하면서 신분을 증명할 서류가 없어 공항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스노든은 지난 16일 러시아 이민국에 임시 망명을 신청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을 얻지 못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