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과세 완화…中企 불만 쏟아져 시행하자마자 '손질'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기업 중심’으로 가져가겠다는 방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국세청이 최근 기업 세무조사를 줄이겠다고 한 데 이어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과 28일 인간개발연구원 CEO서머포럼에 참석해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들의 불만이 컸던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손보겠다는 구체적인 약속도 내놨다.

◆일감몰아주기 과세 개편

현 부총리는 ‘기업 친화적 경제정책’의 첫 번째 방안으로 일감몰아주기 과세 개편을 꺼내들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계열사 내부 거래 비중이 연매출의 30%를 넘는 수혜 법인(일감을 받은 기업)의 지배주주나 친인척 가운데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이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법이다.

재계는 입법 초기부터 경제민주화에 편승해 만든 무리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불만도 컸다. 국세청이 추정한 과세 대상자 1만명 가운데 대기업 대주주는 65명이고 나머지 9945명이 중소·중견기업 대주주란 점 때문이다. 이에 중소·중견기업계는 최근 “과세 대상에서 중소·중견기업은 빼달라”고 건의하고 나섰다. 현 부총리가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개편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반발을 고려한 결정이다.

기재부가 준비 중인 개편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중소기업에 대해선 대주주 지분 요건(3%)과 내부거래 비중 최저한선(30%)을 완화해주겠다는 것이다. 수혜 법인에 대한 대주주 지분율을 5% 이상으로 높이고 내부거래 비중 하한선도 40~50%로 올려 중소기업인들의 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기재부는 대기업의 세 부담도 낮춰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과세 대상에 해당하면 무조건 수혜 법인의 연간 세후 영업이익 전액에 세금을 매기던 것을 앞으로는 계열사 간 지분 관계를 고려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모회사인 A가 4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B가 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면, 지금까지는 10억원에 대해 세금을 매겼는데 앞으론 모회사 지분 40%(10억원×0.4)에 해당하는 4억원을 뺀 6억원에 대해서만 과세하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춘 대기업 대주주의 세 부담이 다소 줄게 된다.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현 부총리는 일감몰아주기 과세 외에도 기업들의 기를 살리는 여러 가지 발언을 했다. “기업을 위축시키는 경제민주화는 안 된다” “정부와 기업은 수레바퀴의 양 축” 등이 그것이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축소하기로 한 데 대해 “세무조사로 기업이 절대 불안해선 안 된다”며 “세무조사는 ‘정부가 세금이 모자라니 기업에서 거둔다’는 식이어선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이후 기업의 경영 여건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반기 경제정책의 큰 목표는 민생경제 회복과 창조경제 구현”이라며 “산업입지 규제를 완화하고 중소기업 수출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재계는 반색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과 11일 “경제민주화 주요 법안이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경제 사령탑인 현 부총리가 정책기조 변화를 공언했다는 점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고용률 70%라는 정책 달성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기업 역할이 필요하단 걸 정부가 느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좀 더 두고 볼 일”이란 반응도 나온다. 일부 정부 부처는 여전히 ‘기업 옥죄기’식 정책을 추진하고 정치권에도 아직 ‘강경’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주=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