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선 증시가 열리는 시간(오전 9시~오후 3시)을 피해 실적을 공시하는 상장사가 많고 코스닥에선 장 중에 실적을 알리는 상장사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적시즌에 ‘연결재무제표기준영업(잠정)실적’ 공시를 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152곳, 코스닥 64곳 등 총 216곳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52곳 중 삼성전자 등 58.66%(89곳)는 장 마감 뒤나 장 시작 전에 실적공시를 했다. 반면 정규 거래시간을 피해 실적공시를 낸 코스닥 상장사 비중은 40.63%(24곳)에 그쳤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이번 2분기 실적시즌(23일 기준)엔 정규 거래시간을 피해 실적공시를 한 상장사 비중이 84%에 달한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일반투자자가 실적을 자세히 살펴보고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 장 마감 뒤 공시를 한다”며 “애널리스트들도 비교적 여유 있는 장 마감 뒤 공시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선 장 마감 뒤 실적을 공개하는 것이 관행이다. 대형주들이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공시를 할 경우 증시 전체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장 중 실적공시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의 공시담당 임원은 “장기적으론 미국 상장사들처럼 정규 거래시간을 피해 공시하는 게 옳지만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갑자기 제도를 바꾸긴 힘들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