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호텔 신축 절반 '퇴짜'…줄소송
최근 외국인 관광객 급증에 따라 호텔 신축이 크게 느는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는 교육청과 개발업체 간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학교 인근 호텔 신축 허가의 경우 과도하게 교육청이 자의적 규제를 행사하는 바람에 곳곳에서 개발 사업이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호텔 확충이 불합리한 규제로 가로막히면 현 정부의 관광산업 활성화 정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3일 관광업계와 서울교육청 등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에서 관광·비즈니스호텔 건립을 위해 교육청 심의를 받은 90여곳 가운데 40여곳이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들 호텔개발 업체는 “허가 기준이 모호한 교육청의 ‘고무줄 심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서울 중구와 종로구 등 도심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 중부교육청에서만 35곳의 관광호텔·유스호스텔에 대한 심의가 이뤄졌지만 절반 가까운 16곳이 퇴짜를 맞았다. 서울 남부교육청은 지난 4월 학교에서 90m 떨어진 구로구 오류동의 지하 단란주점에는 허가를 내준 반면 학교와 139m 거리인 영등포구 양평동5가의 관광호텔에 대해서는 불허 처분을 내렸다.
현행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관광호텔을 지을 때 반경 200m 안에 초·중·고교는 물론 유치원이 한 곳이라도 있으면 관할 교육청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학교 주변 반경 50m 이내는 ‘절대적 정화구역’으로 지정돼 호텔 건립을 아예 할 수 없고, 반경 50~200m에서는 학교보건법에 따라 허가 여부가 교육청의 재량 사항이다. 시내 곳곳에 각급 학교가 들어서 있어 사실상 거의 모든 관광호텔이 교육청 심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관광 불편을 해소하고 한류 열풍 등을 활용한 관광산업 활성화로 2017년까지 관광 수입 240억달러(약 26조9000억원)를 달성하고 외래 관광객 1600만명을 유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호텔 건립 특별법을 제정하고 서울시는 관광호텔 건립 지원센터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