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북항 재개발 현장 찾은 朴대통령 "선박금융공사 대신 해운보증기관 설립 검토"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부산항 북항 재개발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선박금융공사 대신 해운보증기금을 신설하거나 해운보증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선박금융공사를 포기했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부산 선주협회 관계자가 “선박금융공사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규정에 걸리는 것 같다. 해운보증공사로 바꿔달라”고 건의하자 “오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책금융기관 체계 개편 방안을 이야기했는데, 보증기관을 만드는 것까지 포함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8월 말 이와 관련한 안이 만들어질 때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WTO 규정에도 저촉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당초 부산지역 공약사항이었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해 조선업계에 낮은 금리의 정책자금을 대거 지원할 경우 특정 산업에 대한 보조금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형 조선업체들은 이미 유동성이 풍부한데 굳이 새로 공사를 설립할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운업계에 대한 보증 강화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배를 발주하는 선주에 대한 간접 보증을 하면 불공정 무역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조선업계와 달리 해운업계에는 중·소형사가 적지 않아 정부 지원 효과도 크다. 당초에는 해운보증기금 조성이 주로 거론됐으나 해운보증공사 설립도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책금융 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뒤 “그간 정책금융 기능이 여러 기관에 분산·중복돼 있어 효율도 떨어지고 리스크 관리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정책금융 체계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 기능을 재조정하려고 하다 보면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하다 보면 여러 논란이 발생하게 된다”며 “정책금융 체계 개편도 수요자인 기업의 관점에서 추진해야 하고, 국가 전체 경제에 대한 고민이 함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산업은행·정책금융공사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중복기능을 정리할 수 있는 통합 쪽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간 기능 재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수출입은행 쪽에 중·장기보험기능 등 대외정책금융 업무가 쏠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상은/도병욱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