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합비를 몰래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노조 간부를 열사로 추대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올해 초 정규직으로 전환된 김모씨(38)는 18일 금속노조가 아산공장 박모 비정규 지회 사무장을 열사로 추대키로 한 데 대해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억측”이라며 반발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박모 열사의 죽음은 불법파견과 탄압으로 야기된 타살”이라며 “박 사무장에 대한 열사 추대와 함께 현대차에 대한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산공장 비정규 지회는 지난 15일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박 사무장에 대해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열사”라고 규정지었다.

노조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비정규 노조 내부에서조차 “박 사무장이 개인 비리에 연루돼 있다”며 열사 추대에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지난해 10월부터 아산공장 비정규 노조 사무장으로 활동하던 박 사무장은 지난 12일 금속노조 충남지부 감사에서 조합비 1100만원을 유용한 정황이 파악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도 이날 성명에서 “박 사무장이 생계비를 위해 지회에서 400만원을 개인 대출했는데 그 절차가 미숙했고, 지회카드 35만원도 개인 용도로 결제했다”며 조합비 일부 유용을 확인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속노조와 비정규 지회가 박 사무장 열사 추대에 무리하게 나서는 데는 울산에서 계획된 대규모 희망버스 등 비정규직 노조의 정규직화 투쟁에 박 사무장의 죽음을 연계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는 20일 100여대의 희망버스가 현대차 울산공장 앞 철탑농성장을 방문한 뒤 울산공장 진입투쟁까지 계획하고 있어 노사 간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경총은 이날 발표한 ‘현대차 사내하청노조 불법투쟁 및 희망버스 조직화 보고서’를 통해 “전원 정규직 전환 요구는 외부 세력과 결탁한 일부 집행부의 투쟁만을 위한 정치적 요구로, 대다수 사내하청 조합원들의 의사는 배제돼 있으며 단계적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현대차지부의 입장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