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연습하다 '쿵' 스케줄 뛰다 '쾅'…아이돌 그룹은 '부상병동'
병원에 입원하는 아이돌 그룹이 줄을 잇고 있다. 오는 25일 컴백할 예정이던 그룹 레이디스 코드는 컴백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멤버 주니가 안무 연습 도중 무릎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허벅지 안쪽부터 무릎까지 연결된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거위발 건염이 의심됐기 때문이다. 멤버의 건강 이상으로 활동에 비상등이 켜지는 아이돌 그룹이 생기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은 50여 팀. 그중 살아남은 그룹은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이처럼 더욱 치열해지는 아이돌그룹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무리하게 연습하다 다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13일 컴백한 애프터스쿨도 컴백 직전에 멤버 리지의 발목 인대가 파열돼 무대에 서지 못했다. 다른 멤버 나나는 지난달 19일 음악방송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던 중 넘어져 골반 쪽에 큰 타박상을 입고 지난 4일에야 퇴원했다.

4월 ‘이름이 뭐예요?’로 컴백한 포미닛은 활동 도중 현아가 고열로 쓰러지면서 4인조 체제로 활동했고, 그룹 B1A4의 멤버 바로도 지난달 무대에서 발을 잘못 디디면서 발목 인대가 늘어나 후속곡 활동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밤낮없이 연습과 스케줄을 병행하다 보면 피로가 누적돼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커진다. 특히 안무가 격렬하기 때문에 관절과 발목에 무리가 따르는 경우가 많다. 걸그룹의 경우 하이힐을 신고 무대를 뛰어다니다 발목을 접질리는 일은 예사다.

바쁜 스케줄도 부상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아이돌은 가수 활동뿐만 아니라 드라마 뮤지컬 각종 행사 등에서 모습을 비추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한다. 정상급 연예인일수록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 스케줄로 바쁘게 이동하다 교통사고를 겪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2월 그룹 시크릿은 교통사고로 활동 자체를 중단했다. 시크릿은 당시 신곡 ‘토크댓(Talk That)’을 발표한 후 빙판길에서 차량이 뒤집히는 사고를 당했다. 멤버 정하나가 갈비뼈가 부러지는 전치 4주의 부상을 입는 바람에 활동을 중단하고 멤버 3인이 연말 시상식 무대에만 올랐다.

샤이니의 종현도 4월 교통사고로 코뼈가 골절돼 나머지 네 명의 멤버만이 무대에서 ‘와이 소 시리어스(Why So Serious)’를 불렀다. 특히 종현은 샤이니의 메인보컬로 가창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서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됐다.

아이돌의 건강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지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돌의 앨범 활동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빨라지면서 각종 행사와 방송 스케줄을 무리하게 소화해야 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대중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그 과정에서 적절히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수정 텐아시아 기자 sover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