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입장 발표 너무 경솔…사안 키우겠다는 의도인가"

이명박(MB) 전 대통령 측은 11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구속과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부정적 감사 결과가 동시에 터져나오자 당혹스러워 하는 가운데 현 정부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다만 이 전 대통령 측은 감사원이나 청와대에 맞대응하는 방식의 정면 충돌은 자제했다.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와 무관하며, 이 전 대통령도 이미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면서 "사업의 본질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홍수 대응능력 강화, 수자원 확보, 수질개선에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변인은 "대운하를 전제로 했다면 세종보를 제외한 전체 보 위에 다리를 설치할 이유가 없다"면서 "4대강 살리기가 그 본질을 떠나 정치적 논란이 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댓글 지시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된 원 전 국정원장이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이나, 갑자기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는 요지의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데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강한 의구심을 보였다.

한 측근은 "원 전 원장이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된 만큼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원래 혐의와 상관없는 별건 수사의 의혹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직 고위 청와대 참모 출신은 "앞서 두 번의 4대강 감사에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갑자기 이렇게 나온 것은 '정치ㆍ코드감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면서 "대운하 사업을 지시한 것도 아닌데 감사원이 추론을 통해 관계가 있다고 한 것은 직무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청와대 출신 관계자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날 4대강 감사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그렇게 즉각 대응한 것은 너무 경솔했던 것 아니냐"면서 "일부러 사안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