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디자인그룹 전무(가운데)가 곡면 OLED TV 디자인에 함께 참여한 방성일 책임(왼쪽), 박혜성 선임(오른쪽)과 함께 TV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강윤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디자인그룹 전무(가운데)가 곡면 OLED TV 디자인에 함께 참여한 방성일 책임(왼쪽), 박혜성 선임(오른쪽)과 함께 TV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디자인 경영이란 끊임없이 도전하는 과정입니다. 디자인이 제시한 걸 만들어 내는 게 기술 경쟁력의 핵심이 됐어요. 디자인이 반대의 대상이 아니라 도전의 이유가 된 거죠.”

강윤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디자인그룹 전무(45)는 삼성이 지난달 27일 선보인 화면이 휘어진, 커브드(curved) OLED TV의 디자인을 총괄 지휘한 당사자다. 11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만나자마자 개발이나 제조 파트와 갈등이 없었는지를 묻자 “디자인이 새로운 시도를 하니 기술이 늘 고생한다”며 “그것을 극복하면서 기술의 진화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강 전무는 곡면 OLED TV에 화면이 사각 테두리(프레임) 안에 떠 있는 듯 보이는 ‘타임리스 아레나’ 디자인을 적용하느라 힘들었다고 했다. 2년6개월간 거듭한 고민 끝에 나온 결과라고 했다. 그는 “최고급 메탈 소재인 만큼 가공이 힘들어 결코 쉬운 공법이 아니다”며 “화면을 프레임에 고정한 접점도 아래와 위 딱 두 곳으로 균형을 잘 잡아야 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곡면 OLED TV가 내세운 강점은 ‘무결점’이다. 600만 화소 중 단 하나의 불량도 없는 ‘제로 픽셀 디펙트’(Zero Pixel Defect)를 통해서다. 디자인도 철저히 여기에 맞췄다. 올 1월 원목으로 된 프레임을 처음 선보였을 때와 많이 달라진 이유다. 강 전무는 “양산 모델에 적합해야 했기 때문에 곡면을 부각시키면서 가장 단순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강 전무는 1994년 삼성전자 입사 후 줄곧 TV 디자인을 맡아왔다. 그가 디자인을 총괄한 보르도 TV는 삼성 LCD TV의 최대 히트작이다. 와인잔 모양의 오각형 TV는 파격이었다. 2006년 삼성전자는 보르도TV 덕분에 처음 세계 1위에 올랐다. 이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강 전무는 “입사 당시만 해도 TV 1위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며 “하지만 2000년대 중반쯤엔 이제 무모하게 디자인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기술에 대한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삼성 TV가 세계 1위가 된 이듬해 그는 당시 30대로 최연소 임원 승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진화처럼 앞으로도 디스플레이의 발전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 전무는 “TV는 가전이 아니라 가구, 나아가 건축의 일부”라며 “변해가는 생활양식이 디자인에 모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전무는 소비자의 반응이 “잘했다”는 감탄이 아니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란 물음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