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4대강 사업 비판적 인식 피력
'원전비리ㆍ4대강' 민심악화 소재 판단…'MB정권 선긋기' 관측도

청와대가 10일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결과와 관련,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고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 일"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혀 그 배경과 파장이 주목된다.

전임 이명박(MB) 정부가 '대운하 공약'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이후에도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과 시설 관리비용 증가, 수질관리 곤란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는 감사원 지적에 대한 입장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이정현 홍보수석 이름으로 박아서 보도해달라. 이는 청와대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평소 기자실을 찾아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로 현안에 대해 언급하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전모를 확실히 밝히고 잘못된 부분은 잘못된 대로 사실대로 알리고 바로잡고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홍보수석이 청와대 공식입장이라고 밝힌 만큼, '4대강 감사결과' 언급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당선 이후부터 4대강 사업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내비쳐왔다는 점에서 이런 유추가 가능하다.

박 대통령은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점검해 앞으로 예산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고, 야당 의원들을 만나서는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의혹이 남지 않도록 조사하겠으며 필요하다면 야당 추천인사도 조사주체에 포함하겠다"고 약속한 바도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감사결과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내비친 것은 거센 논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에 엄청난 세금이 투입되고도 수질관리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어려운 경제사정에 힘들어하는 민심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정부의 잘못으로 이런 결과가 발생한 걸로 국민이 오해할 수도 있는 만큼, 감사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비판적 입장을 밝히고 전모를 확실히 밝히라고 촉구함으로써 책임소재를 확실히 한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최근 많은 국민의 공분을 산 원자력 안전 비리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나서 전 정권에 커다란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 것과도 맥이 닿아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결국 원전 비리 조사에 이어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을 볼때, MB 정부와의 '선긋기'는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이런 입장에는 4대강 사업이나 원전 비리에 대해 박 대통령이 '책임'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4대강 사업의 경우, 박 대통령도 MB정부 당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만큼 4대강 사업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라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