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가장 자랑하는 ‘국민 기업’은 도요타자동차다. 도요타자동차는 일본 기업의 기술력과 자존심을 상징한다. 제조업을 중시하는 일본경제의 핵심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다. 도요타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대량리콜 등의 난관을 극복하고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1위 기업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럼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도요타자동차가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은 2013년에 일본 소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기업은 소니다. 소니야말로 가장 일본적인 기업이다. 일본 제조업의 강점인 ‘정교함’과 ‘집요함’이 응축된 기업이 소니다.

일본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딛고 고도 성장하는 과정에서 소니만큼 ‘일본 신화’를 일군 기업도 드물다. 1970년대 나온 워크맨은 일본인들의 자존심을 한껏 드높였다. TV 카메라 등 소니가 내놓은 신제품은 2000년 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국의 삼성전자에 역전당하기 전까지 소니는 일본인들의 ‘자부심’ 그 자체였다.

2000년대 중반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6~2007년 사이에 스마트폰이 출현하면서 소니의 전설에 금이 갔다. 소니는 삼성에 모바일 사업에서 뒤쳐졌다. TV시장에서도 삼성은 소니를 제치고 IT, 가전시장에서 확고하게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일본 제조업체에 항상 10~20년 뒤따라가던 한국 기업들이 일본에 앞선 분야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이 미국 애플과 대등하게 경쟁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졌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도 일본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했다. 삼성과 소니의 스마트폰 대결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삼성에 뒤처졌던 소니가 본격 반격에 나섰다. ‘모바일 왕국’ 부활을 시도하는 소니가 갤럭시 대군을 앞세운 삼성을 일본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다. 소니는 최근 3년 만에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시장조사기관 BCN에 따르면 소니는 지난 6월 첫째 주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36% 점유율로 애플(25%)과 삼성전자(13%)를 제쳤다. 안방에서의 역전에 힘입어 소니는 서유럽 지역에서도 선전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소니는 올 1분기 서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320만 대(시장점유율 10%)를 팔아 삼성전자, 애플 등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4의 판매 부진으로 일본시장에서 가격인하 공세에 나섰다. 일본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소니의 선전에 현지 언론과 소비자들도 힘을 실어주며 삼성에 공세를 펴고 있다.

7월3일 일본 온라인 매체 ‘J-CAST’는 “애플과 함께 세계 스마트폰 시장 2강을 형성해온 삼성전자의 상황이 이상하다” 며 “애플과의 특허전이 계속되고 있고 애플을 상대로 한 프로세서와 메모리 칩 공급이 끝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4‘ 성적은 결코 나쁘지 않지만 소니 모바일의 엑스페리아A가 최고” 라며 “최근 스마트폰 순위를 보면 갤럭시S4는 좀처럼 톱3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누리꾼들은 “삼성의 플랫폼은 애플에 비해 복잡해 사용하기 어렵다” 며 “배터리 용량이 부족한 것도 문제”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 “한국 제품은 공짜라도 안 쓴다” 며 “적국 제품을 쓰지 않는 건 당연한다”는 등 반한 감정이 섞인 댓글도 올라왔다.

애플과 삼성에 밀려 부진을 이어오던 소니가 최근 반격에 나서면서 자국 기업을 감싸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인이 줌주목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이 소니의 추격을 막고, 애플을 따라잡아 확고한 1위를 차지할지 주목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소니의 시장쟁탈전 결과에 따라 한일 제조업 대결도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선전을 기대하지만 결과를 낙관하긴 아직 이르다.

섬세하고 꼼꼼한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을 대표하는 소니. 소니가 늦게 발동을 걸었지만 브랜드파워와 기술력은 만만치 않다. 삼성과 소니의 스마트폰 대전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한경닷컴 최인한 뉴스국장 janus@hankyung.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