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그림자' 스모그…中 대기오염 심각…기대수명 5.5년 단축
중국의 고사 중 ‘귤화위지(橘化爲枳),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말이 있다. 귤이 화이허강(중국 동부 화북지방과 화동지방을 가르는 강) 남쪽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화이허강 이북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는 말로 화이허강 남북의 토양과 기후 차가 크다는 의미다. 그런 화이허강이 사람의 수명마저 좌우할지 모르겠다. 화이허강 북쪽의 스모그가 사람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중국의 스모그가 사람의 평균 기대수명을 5.5년 단축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중국 칭화대·베이징대, 이스라엘 헤브루대 연구팀의 공동연구 결과 중국 동북부지역에 만연한 유독성 스모그가 기대수명을 단축시킬 뿐 아니라 폐암과 심장마비, 뇌졸중 등의 발생 빈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이번 연구 결과는 중국의 화이허강을 기준으로 북부와 남부지방 거주민들을 분석한 것이다. 겨울철 추위가 심한 화이허강 북부의 경우 난방 연료인 석탄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정부 정책 때문에 대기오염 정도가 남부보다 훨씬 심하다.

연구진은 1981~2000년의 대기오염 데이터와 1991~2000년의 주민 건강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대기중 부유물질이 ㎥당 100㎍ 증가하면 평균 기대수명이 3년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화이허강 북부와 남부 지방의 대기중 부유물질 농도 차이는 ㎥당 185㎍가량으로 이를 환산하면 5.5년의 기대수명 차이가 발생한다. 이런 기대수명 감소는 이 지역 노동인구의 8분의 1가량이 줄어드는 여파를 가져온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마이클 그린스톤 MIT 교수는 “이는 정부 정책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불러온 대표적 사례”라며 “정부 정책으로 보건비용이 급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동북부 지방에서 갈수록 악화되는 유독성 스모그는 지난 1월 베이징의 대기오염 농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국가 이슈로 떠올랐고, 시민들이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사태를 야기했다.

리홍빈 칭화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대기오염이 인간의 생명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며 “정부가 경제성장을 희생하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