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의 한국정치 미국정치] NLL, 정쟁수단 삼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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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준 <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한국경제신문고문 >
![[김창준의 한국정치 미국정치] NLL, 정쟁수단 삼지 말아야](https://img.hankyung.com/photo/201307/02.6932690.1.jpg)
미국에서도 극비 문서가 의회를 통해 공개되는 사례가 없지는 않다. 1992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을 다룬 영화 ‘JFK’가 흥행에 성공하자 미 의회에서 그해 ‘케네디 암살 조사 서류 공개 특별법’을 통과시킨 게 대표적이다. 미 의회는 당시 ‘암살 기록 검토위원회(ARRB)’를 구성하고 과거 기록에 대한 재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결과 보고서는 25년 뒤인 2017년 10월26일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이 총 50만쪽에 달하는 전체 보고서 가운데 10%가량인 마지막 5만쪽을 공개할 수 없다고 나서 논란을 불렀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도 CIA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별다른 반향은 없다. 일반 미국인들도 CIA의 판단을 존중해 해당 10%에 대해서는 공개를 강요하지 말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거사 문제가 현재 국가안보 및 외교관계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미 NLL 대화록 공개에 서로 합의하고 국회 의결까지 마친 상태다. 그러나 이를 통해 어느 쪽이 정치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만 따질 뿐 진정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싸우는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NLL은 1953년 8월30일 처음 그어진 이래 지금까지 서해상의 남북한 해상분계선으로 기능해왔다. 북한은 1975년 NLL에 대해 처음 이의를 제기했지만 유엔군사령부는 “정전협정 문구와 정신을 위반하는 용납할 수 없는 궤변”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NLL을 40여년간 인정해오다가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뒤인 1999년 돌연 NLL 인근 섬인 연평도 백령도 대·소청도까지 자국 영토라며 NLL 무력화에 나섰다. 이후 해상 교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숱한 도발을 감행했다. 수많은 인명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국군은 지금 이 시각에도 NLL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전직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여야가 싸워야 할 이유와 명분이 대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위해 NLL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짓을 멈춰야 한다.
김창준 <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한국경제신문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