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말 용인 구성에 1호점, 2010년 이후 출점 2개 그쳐
경기부진에 방문객 늘리려는데…사업자 반발 여전히 거세
대형마트들이 한동안 중단했던 주유소 출점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이마트가 경기 용인시 구성점에 2008년 말 국내 최초로 선보인 대형마트 주유소는 이 무렵 휘발유 경유 등을 주변 주유소보다 ℓ당 최대 100원 싸게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개인 주유소 사업자들의 반발에 밀려 2010년 이후로는 새로 연 곳이 거의 없었다. 대형마트들은 휴일 의무휴업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자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집객 효과를 노리고 주유소 건설을 재개하고 있다. ○ℓ당 70~80원 싸게 판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전남 순천점 주차장 부지에 지난달 초 주유소 건축공사를 시작했다. 이마트 순천점은 오는 9월 차량 4대가 주유할 수 있는 341㎡ 규모의 주유소를 열고 휘발유와 경유를 판매할 예정이다.
순천점 주유소가 완공되면 이마트가 운영하는 여섯 번째 주유소가 된다. 이마트는 용인 구성점을 포함해 통영점, 포항점, 구미점, 군산점에서도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안동점과 원주점에도 주유소를 짓기로 하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최근 건축 허가를 받았다. 이르면 이달 중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5월 여수점에 주유소를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구미, 용인 수지, 충주에서도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주유소 건설을 재개하는 것은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기름값 중 세금이 50%가량 돼 주유소 영업 자체로는 큰 이익을 내기 어렵다”며 “수익성을 개선하기보다 소비자를 끌어들여 매출을 늘리려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주유소는 기존 주유소와 같은 가격에 정유사에서 기름을 공급받지만, 셀프주유 방식을 도입해 인건비를 줄이고 사은품 등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해 판매가격을 낮췄다. 이마트 구성점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58원으로, 용인 지역 평균치인 1929원보다 71원 싸다.
기름값이 ℓ당 2000원을 넘을 때에는 일반 주유소보다 100원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했다. 이마트 구성점은 주유소 영업을 시작한 이후 매장 방문객이 전보다 3~5% 늘어나는 효과를 얻었다.
○여전한 주유소 사업자 반대
대형마트들이 주유소 출점을 재개하자 개인 주유소 사업자들의 반발도 다시 커지고 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휘발유를 ℓ당 2000원에 팔아도 주유소 순이익은 70원이 채 안 된다”며 “ℓ당 70~80원 싸게 파는 대형마트 주유소가 생기면 주변 주유소 상당수가 폐업 위기에 처한다”고 말했다. 주유소협회 강원지회는 건축허가를 받은 이마트 원주점 주유소에 대해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할 방침이다.
지난 3년여간 대형마트 주유소 출점이 2건에 불과했던 것도 지자체들이 주유소 사업자의 반발을 의식해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마트 순천점은 2009년 4월부터 주차장 부지에 주유소를 지으려 했으나 순천시가 용도 변경을 허가하지 않아 4년 넘게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다. 순천시는 지난해 11월 ‘대형마트 부설 주차장에 주유소 설치를 불허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다음에야 이마트 순천점의 주유소 건립을 허가했다.
롯데마트 울산점도 주유소 건축 허가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산 남구청은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마트에 주유소까지 생기면 주변 교통체증이 심각해진다는 점을 불허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롯데마트 측은 주유소 사업자들의 거센 반대가 울산 남구청이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는 주된 이유라고 보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주유소는 판매 비용을 줄이고 마진을 최소화해 판매가격을 낮춘 것”이라며 “기존 주유소와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 소비자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