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후배들에 '쓴소리'

지난 5일 아시아 각국 증시가 '드라기 효과'로 일제히 강세를 보였지만 한국 주식시장만 유독 약세였다.

'대장주'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로 촉발된 논쟁 때문에도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전망이 빗나간 국내 증권사들이 악재에 둔감하게 반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실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용기 있게 밝히지 못했다"며 "우려를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하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현역 최고참급 애널리스트의 '반성문'이자 후배들에 대한 진심 어린 '쓴소리'다.

1989년 증권업계에 발을 들인 이 센터장은 한화투자증권, 교보증권,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거쳐 현재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를 이끄는 베테랑 애널리스트다.

이 센터장은 "증권사 전망치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비단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후배 애널리스트들이 '직'을 걸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투자자들이 지수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받아들이고 있듯이 종목에 대해서도 '매도'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자기 검열'을 해서는 안 되며 스스로 투쟁해서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여러 번 전망이 틀린 적이 있었지만 자기반성이 없었다"며 "나 역시 오랜 시간 애널리스트로 일해왔고 지금도 리서치센터장 자리에 있으니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보고서에 대해 기업들이 과거처럼 막혀 있지 않다며 애널리스트들도 의견을 자유롭게 밝히고 시장에서 이를 검증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금과 같은 풍토가 지속되면 애널리스트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 센터장은 "어떤 주식 주가가 엄청나게 오른다고만 하는 것이 고객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가지고 보고서를 쓰는 것이 고객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국내 증권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힌다.

'장밋빛 전망' 일색일 때도 냉철한 위험 분석으로 시장에 경고 신호를 보내 한국의 '닥터둠'으로도 불린다.

지난달 외국계 보고서로 삼성전자를 둘러싼 논쟁이 일자 그는 "삼성전자가 좋은 회사인 건 분명하지만 주가는 굉장히 변동성이 컸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며 신중한 대처를 당부한 바 있다.

그는 "나는 비관론자는 아니지만 시장을 전망할 때 상대적으로 낙관과 비관의 중심 지점에 서려고 한다"며 "낙관론 쪽에 가 있으면 주가가 오를 때는 예측이 잘 맞지만 지수가 내릴 때는 대책이 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향후 시장에 대해 그는 "당분간 시장이 추가로 크게 악화하지는 않겠지만 회복에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