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긴축정책 갈등에 유로존 리스크 다시 '고개'
이집트 사태로 유가도 급등…외국인 복귀는 늦어질 듯
대외변수보다 실적에 주목해야
이런 상황에서도 전기전자와 자동차 등 증시 대표주들은 강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전과 같은 유로존 신용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낮고, 엔화 약세와 고유가에도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것으로 분석했다.
◆쌓여가는 악재에도 대형주 강세
코스피지수는 4일 14.48포인트(0.79%) 오른 1839.14로 마감, 나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만한 악재들이 잇따르면서 외국인은 이틀 연속 ‘팔자’로 대응했지만 연기금을 포함한 국내 기관이 막판 8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밤 사이 유럽 증시는 재정위기에 처한 포르투갈의 연립정부가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으로 급락했다. 여기에 이집트 등 중동지역의 정국 불안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엔화가 다시 달러당 100엔 수준을 회복했고, 국제유가(서부텍사스원유ㆍWTI)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엔화 약세는 올 상반기 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수출주들의 주가를 끌어내린 주범이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1.23%) 기아차(0.86%) 현대모비스(1.16%) 등은 모두 상승했다. 현대차는 장 초반 2% 가까이 오르다 외국계 창구에서 매물이 쏟아지며 약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고유가도 부담 요인이지만 증시에서는 SK이노베이션(2.20%) GS(1.91%) 에쓰오일(0.70%) LG화학(2.00%) 등 정유·화학주들이 동반 상승하는 배경이 됐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들어 환율이나 유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실적을 방어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 둔데다 반복된 악재에 대한 내성도 어느 정도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위기 확산 가능성 낮아”
그러나 ‘G2(미국·중국)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럽 문제까지 더해져 당분간 국내 증시의 반등폭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다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포르투갈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동안 유로화가 미국 달러화보다 일본 엔화에 더 약세를 보였다”며 “유럽 쪽에 투자된 엔캐리 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경우 위험자산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복귀도 늦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유럽 문제가 과거와 같은 위기 수준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유사시 단행할 수 있는 방지책을 상당수 마련해뒀기 때문에 유럽 이슈가 또 다시 글로벌 증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일본 아베 정권의 엔저정책에 대한 신뢰가 많이 무너진 상태여서 엔화 환율 역시 상반기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대외 변수보다 다가올 2분기 실적발표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전 분기 대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실적 시즌이 다가오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부품주와 자동차 관련주들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