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델 파타 엘 시시 국방장관(왼쪽)이 지난해 임명식에서 무르시 대통령에게 선서하는 모습. 카이로AP연합뉴스
압델 파타 엘 시시 국방장관(왼쪽)이 지난해 임명식에서 무르시 대통령에게 선서하는 모습. 카이로AP연합뉴스
이집트 최대 권력층인 군부가 지난해 6월 첫 민선 대통령으로 선출된 무함마드 무르시를 축출하면서 또다시 이집트 정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이집트 군부는 이집트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1952년 가말 압둘 나세르가 이끄는 ‘자유장교단’이 쿠데타로 왕정 체제를 뒤엎은 게 이집트 군부가 실권을 장악한 시발점이었다. 이후 초대 대통령 무함마드 나기브(1953~1954년)부터 2대 대통령 가말 압델 나세르(1956~1970년), 3대 안와르 사다트(1970~1981년)와 4대 호스니 무바라크(1981~2011년)까지 무르시의 전임 대통령들은 모두 군인 출신이었다.

이집트 군부는 자국 내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60여년째 각종 특권을 누려 왔다. 정부 주요기관의 요직에 군부 출신 인사가 포진돼 있다. 또 호텔과 생수, 주유소 사업 등에 진출해 수익을 올리면서 이집트 산업계의 약 40%를 손에 쥐고 있다. 군 관련 예산은 의회에 공개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성역’이다.

하지만 이집트 군부는 다른 나라와 달리 자국민들로부터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정치 집단보다 청렴하다’는 이미지로 국민에게 나름의 신뢰를 받는다. 정치·외교적으로 실용주의 노선을 택하면서 위기 때마다 노련한 지도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1956년 나세르 전 대통령이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고, 1970년대 사다트 전 대통령이 과거 원수지간이던 이스라엘과 손잡아 친서방주의로 전환하는 등 이집트가 중동 패권의 판을 바꿀 때도 그 배후엔 군부가 있었다. 또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등을 돌리면서 그의 사임을 이끌어냈다. 2011년 시민혁명 이후 선거제 관련 헌법 개정 초안 마련을 주도한 것도 군부였다.

이집트 군부는 미얀마와 같은 군정 체제로 직접 나서는 대신 공화정 체제의 틀을 지키며 막후 실력자로 군림해 왔다. 이런 특징을 고려했을 때 이집트 군부가 군사력을 동원해 유혈 사태를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외신들은 지적한다.

AP통신과 로이터 등은 무르시 축출의 중심인물인 압델 파타 엘 시시 국방장관(58)이 이 같은 이집트 군부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고 전했다.

엘 시시 장관은 독실한 무슬림이지만,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유학하면서 서방국가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