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대신 밀레 청소기로 대리만족?
BMW를 빼닮은 청소기가 남성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30일 독일 가전회사 밀레의 한국법인 밀레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에 내놓은 S8 시리즈 청소기의 매출이 매달 20%씩 늘고 있다. 11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주문이 몰려 선박으로 들여오던 제품을 항공편으로 받고 있을 정도다.

이 청소기가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BMW 색상과 차체를 닮은 외관 덕분이다. 밀레코리아는 가사일을 나눠 맡는 남성을 타깃으로 정했다. 외관 테두리는 자동차 범퍼를 연상시키게 만들고 손잡이는 핸들과 비슷하게 디자인했다.

청소기 본체 밑부분에는 BMW의 헤드라이트에 쓰이는 최고급 발광다이오드(LED) 시스템을 탑재했다. S8 시리즈 중에서도 S8 유니큐 디럭스와 S8 530(사진 오른쪽) 모델은 실제 BMW 차량의 대표적인 색상(파란색)까지 그대로 적용했다.

자동차에 착안해 청소기를 디자인한 것은 한때 차를 생산했던 밀레의 역사와도 연관이 있다. 1911년, 밀레는 벤츠를 경쟁사로 여기던 자동차 제조사였다. 그러나 생산 규모를 늘리지 못하고 세계 최고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 서자 과감히 사업을 접고 가전에만 집중했다.

독일차 브랜드 중 BMW를 택한 것은 라인하르트 진칸 밀레 회장과 BMW의 인연 때문이다. 114년의 역사를 가진 밀레는 공동 창업자인 밀레 가문과 진칸 가문이 4대째 공동 경영을 해오고 있다. 회장 후보는 각 가문에서 추천받아 심사하는데, 후보 자격을 가지려면 반드시 밀레가 아닌 다른 기업에서 4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진칸 회장은 한때 2년가량 BMW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