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던 돈 주식형펀드로
외국인의 증시 이탈이 지속되고 있지만 주식형펀드로 연일 자금이 유입되는 등 국내 수급 여건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G2(미국·중국) 리스크’가 완화되고 국내 자금이 방어진 역할을 하면서 주식시장이 바닥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로 지난 7일부터 24일까지 12거래일 연속 자금이 들어왔다. 유입된 금액은 모두 1조4629억원이다. 연속 자금 유입 기간으로는 2011년 8월(15거래일) 이후 가장 길다.

당시에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충격으로 코스피지수가 2170에서 1700선으로 수직 하락하는 동안 1조8000억원가량의 펀드 자금이 유입됐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주가 급락기에도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며 증시 바닥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줬다”며 “미국 중앙은행(Fed)과 중국 인민은행이 투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어 이번주가 연중 저점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동자금 규모가 조금씩 줄고 연기금의 자금집행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수급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증시 주변자금으로 꼽히는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지난 7일 20조4037억원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 역시 이달 초 36조원대에서 현재 34조7000억원대로 줄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연기금이 이번주 운용사 선정을 마치고 자금을 집행하면 다음주부터는 기관의 순매수 규모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국내 기관이 증시 반등까지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박성현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관은 글로벌 유동성 위축에 대한 경계심에, 운용사는 주식편입비중이 높아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긴 부담스럽다”며 “반등보다는 하단을 지지하는 역할 정도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