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5일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다. 전날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대화록 전문을 공개하면서 민주당이 이날 오전 비상 의원총회를 개최하는 등 국회 의사 일정에 차질을 빚었으나 여야 원내 지도부가 국조에 전격 합의해 반나절 만에 국회가 정상화됐다.

이날 여야 합의에 따르면 26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27일 본회의에 보고한 뒤 내달 2일 실시 계획서를 처리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일정과 방식은 새누리당·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협의해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합의는 새누리당이 27일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6월 임시국회가 파국으로 치닫는 데 따른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국정조사가 실시되더라도 국정원의 자료제출 범위, 증인채택, 대화록 공개 경위 등을 놓고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조를) 계속 거부하던 새누리당이 늦었지만 민의를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인지 뒤늦게나마 받아들인 데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또 “(국조가 늦어진) 배경에는 국회와 정치를 지배하고자 하는 국정원의 공작 정치가 숨어 있었음을 다시 한번 지적한다”고 했다.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국정원 전직 직원으로부터 제보받는 대신 고위직을 약속했다는) 매관매직 의혹도 이번 국정조사 대상에 당연히 포함된다”며 “이 같은 모든 의혹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민생 국회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비상 의총을 열고 대화록을 공개한 국정원과 새누리당을 강력 규탄했다. 2시간여 진행된 의총으로 인해 이날 오전 예정됐던 각종 상임위 회의나 법안심사소위는 상당수 열리지 못했다.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총 21명의 민주당 의원이 공개 발언했으며 새누리당이 국조를 수용할 때까지 의사 일정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 나왔다.

일단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파국 상황은 면한 모양새지만 민주당이 대여 투쟁은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여야 간 갈등과 대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26일 오전 국회 내 사랑재에서 회동을 하고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국정조사의 세부사안을 논의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하는 이른바 ‘3+3 실무회동’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