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용품업계 1위 락앤락(회장 김준일)이 경쟁사인 네오플램(대표 박창수)에 지난달 13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휴대폰부품 등을 만드는 우전앤한단이 지난 4월 네오플램에 121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한 달여 만이다.

◆네오플램, 항균도마 세계 1위

1990년 설립된 네오플램은 주방용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유통업체로 출발했다. 회사 이름도 하이엘무역이었다. 하지만 유통사업만으로는 회사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2006년 네오플램으로 사명을 바꾸고 주방용품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가 만든 주력 제품은 항균 소재 마이크로밴으로 만든 ‘항균 도마’다. 세라믹 코팅을 입힌 프라이팬도 히트를 쳤다. 박창수 네오플램 대표(사진)는 “항균 도마와 세라믹 프라이팬 모두 세계 시장에서 1등을 하는 제품”이라며 “미국과 유럽 등을 포함해 6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6년 100억원이 채 안 됐던 매출은 6년 만인 지난해 1120억원으로 11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네오플램과 락앤락은 동반자

네오플램의 최대 주주는 창업주인 장태영 고문(형)과 장재봉 사장(동생)이다. 두 사람의 지분율은 3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네오플램 창업 멤버로 4.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락앤락은 이번 투자로 네오플램 주식 100만주(17.1%)를 확보, 우전앤한단(20.94%)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네오플램은 투자금 전액을 강원 원주 신공장 건설에 사용할 예정이다. 원주 신공장은 6만6165㎡(약 2만평) 부지에 물류센터와 주방용품 공장을 짓는다.

락앤락이 네오플램에 투자한 데에는 김준일 락앤락 회장과 장 고문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김 회장은 장 고문이 이끌었던 하이엘무역을 통해 2004년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락앤락이 국내 1위 주방용품업체로 도약하는 데 장 고문이 기여한 셈이다.

락앤락은 지난해 5084억원의 매출(전년 대비 7% 증가)을 거둔 국내 주방용품업계 선두기업으로 밀폐용기를 주로 판매하고 있다. 반면 네오플램은 도마와 프라이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양사의 주력 제품이 겹치지 않고, 해외시장도 락앤락은 중국과 동남아에서 강한 데 비해 네오플램은 미국과 유럽에서 인지도가 높다.

두 회사는 원료 공동구매와 해외 물류기지 공유, 해외지사 통합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성태 락앤락 경영지원본부장은 “국내기업 간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협업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전앤한단과 중국 공장 설립

락앤락에 앞서 네오플램에 지분 투자를 한 우전앤한단은 지난해 3251억원의 매출을 올린 스마트폰 케이스 전문기업이다. 블랙베리로 유명한 캐나다 휴대폰업체 RIM에 휴대폰케이스 등을 공급해왔다. 금형 및 사출 분야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주방용품 시장을 주목했고, 투자할 만한 회사로 네오플램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오플램은 우전앤한단의 제조 기술력을 활용하기 위해 자본을 끌어들였다. 네오플램과 우전앤한단은 내년 1월 양산을 목표로 중국 저장성에 신공장을 함께 짓고 있다. 5만2892㎡(약 1만6000평) 규모로 지난주 착공했다.

박 대표는 “우전앤한단의 제조 경쟁력과 해외공장 운영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네오플램의 경쟁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