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독립기구로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소처를 금융감독원 내 준독립기구로 상당 기간 두도록 추천한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태스크포스’(위원장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의 지난 21일 발표 내용을 재검토하라는 의미다.

24일 청와대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TF의 감독체계 선진화 방안을 기초로 금융위원회가 작성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금소처를 금감원 안에 두면 금감원의 지시를 받게 되는데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되겠느냐며 금감원에서 떼어내 독립기구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TF의 방안은 어디까지나 잠정안으로 정부안은 달라질 수 있다”며 “금융소비자 입장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TF가 제시한 개선 방안의 기본적인 방향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소비자 보호라는 원칙에 어긋났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전해졌다. TF의 방안은 금소처를 금감원 안에 두되 금융위의 금융회사 제재권을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금융계에서는 이를 두고 소비자 보호보다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가 원하는 것을 한 가지씩 나눠 갖는 타협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대선 때부터 취약계층 보호를 강조해온 박 대통령으로선 이 같은 방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TF는 금소처를 지금처럼 금감원 안에 두는 대신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소처엔 단독 검사권과 제재권도 주어지지 않는다. TF는 ‘금감원 내 금소처 체제’를 3년간 시행해 본 뒤 금융소비자 보호에 문제점이 드러나면 분리해 독립기구로 만들 수 있다는 대안을 함께 제시했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는 3년 뒤 검토 과제로 미뤄졌다.

정부 "원점서 재검토"

금융권 관계자는 “개편안대로라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금감원장과 금소처장이 같은 조직에 있는 기형적인 구조가 된다”며 “금소처 분리에 반대해온 금감원과 산하기관을 배려하려는 금융위 입장이 절충돼 선진화로 포장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권을 둘러싸고 금융위와 금감원 간 빚어진 갈등도 박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한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제재권 관련 내용 역시 상당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TF는 금융위에 제재소위원회를 설치하거나 금융위 사무처에 제재를 전담 검토하는 조직을 신설하도록 권고했다. 국(局)이나 과(課)를 더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사에 대한 중징계가 필요한데도 경징계가 내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TF의 설명이지만 “금융위가 조직 확대를 위해 모든 제재권을 가져가려 한다”며 금감원이 비판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감독체계 개편 방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로 25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금융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올린 뒤 국회에 제출하려던 금융위의 계획은 일단 연기됐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