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군 도약 '軍 3.0시대'] 금녀의 벽 깬 여전사…"땅·바다·하늘 입체방위 이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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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방에 남녀없다 - 육해공 지키는 여군
여성 고속정장 해군 오은선 대위
27명 일사불란하게 통솔
파도 헤치며 매일 동고동락
'지휘관의 꽃'…힘들지만 보람
여성 고속정장 해군 오은선 대위
27명 일사불란하게 통솔
파도 헤치며 매일 동고동락
'지휘관의 꽃'…힘들지만 보람
“출항 5분 전! 모두 위치로!”
지난 20일 오후 3시 경남 창원시 해군진해기지사령부. 또랑또랑한 목소리에 고속정에 있던 군인 27명이 재빨리 움직였다. 사수는 20㎜ 기관포 앞에 자리 잡았고, 갑판장은 출항을 알리는 깃발을 올렸다. 이들을 지휘하는 사람은 고속정 함교 위의 오은선 대위(32)였다. 까맣게 탄 얼굴의 그는 대원들의 움직임을 익숙하게 훑었다. 구명조끼 뒤엔 ‘1’이란 숫자가 선명했다. 이 고속정의 ‘넘버원’, 정장(艇長)이란 표시다.
◆바다 누비는 여성 지휘관
오 대위는 해군 제711고속정편대의 참수리 278호정을 이끄는 여군 정장이다. 부하 모두가 남성이다. 참수리급 고속정은 해군 전투함 중 가장 작지만 빠른 기동력으로 함대의 선두에서 교전하며 대간접작전 등 주요 임무에 투입된다. 대함레이더와 40㎜ 함포 1문, 20㎜ 함포 2문, K-6 기관총, 대잠폭뢰로 무장하고 있다. 해군에선 고속정장이 ‘지휘관의 꽃’이라 불릴 만큼 힘들지만 보람 있는 자리로 통한다.
“바다에 나가 보면 비상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조타기(키를 움직여 선박의 진로를 유지, 변경하는 장치)가 고장 나 순전히 제 감에만 의존해서 항해했던 적도 있어요. 그럴 때 정장과 대원들이 얼마나 서로를 믿느냐가 가장 중요하죠.”
여군에게 고속정 정장 문호가 열린 건 지난해 8월부터다. 그 전엔 고속정 공간이 좁고 업무가 고되 여성 장교나 부사관의 고속정 승선을 제한했다. 해군사관학교 59기 출신인 오 대위가 고속정 정장이 된 지 5개월. 그러나 그는 정장이 되기 전 해상경험만 4년을 쌓았다. 그는 “군인이라면 여자라고 해서 남자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원들과 매일 12시간 이상 배 위에서 파도를 맞으며 서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모두가 가족이 됩니다.”
◆작전 후 ‘커피타임’이 비결
오 대위가 처음부터 해군 지휘관 자질을 타고난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까지도 수영을 할 줄 몰랐다. 그는 “해사 시절 물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두려웠다”며 “죽어라 훈련해서 인명구조자격증을 땄다”고 했다. 자유롭게 생활하는 대학생 친구들이 부러웠던 적도 많았다. “내가 정말 이 길을 가야 하나 하는 질풍노도의 시절도 겪었다”고 회상했다.
고속정 정장으로 부임한 뒤 남자뿐인 대원들과 신뢰를 쌓는 일도 쉽지 않았다. “대원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축구를 같이 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저를 봐주는 거예요. 운동으로 살을 부대끼며 친해지는 건 남성 지휘관보다 어렵겠구나 싶었죠.” 대신 그가 택한 방법은 작전 후 ‘커피타임’이었다. 갑판 위에서 커피를 한 잔씩 타 마시면서 대원들과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오 대위는 “젊은 사병들의 연애상담을 맡아 하면서 대원들과 마음을 터놓게 됐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외국 해군과 교류하는 일을 맡는 것. “유엔평화유지군에서 연합작전을 펼치고 싶습니다. 그 전에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의 믿음직한 리더가 돼야 겠죠.”
창원=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지난 20일 오후 3시 경남 창원시 해군진해기지사령부. 또랑또랑한 목소리에 고속정에 있던 군인 27명이 재빨리 움직였다. 사수는 20㎜ 기관포 앞에 자리 잡았고, 갑판장은 출항을 알리는 깃발을 올렸다. 이들을 지휘하는 사람은 고속정 함교 위의 오은선 대위(32)였다. 까맣게 탄 얼굴의 그는 대원들의 움직임을 익숙하게 훑었다. 구명조끼 뒤엔 ‘1’이란 숫자가 선명했다. 이 고속정의 ‘넘버원’, 정장(艇長)이란 표시다.
◆바다 누비는 여성 지휘관
오 대위는 해군 제711고속정편대의 참수리 278호정을 이끄는 여군 정장이다. 부하 모두가 남성이다. 참수리급 고속정은 해군 전투함 중 가장 작지만 빠른 기동력으로 함대의 선두에서 교전하며 대간접작전 등 주요 임무에 투입된다. 대함레이더와 40㎜ 함포 1문, 20㎜ 함포 2문, K-6 기관총, 대잠폭뢰로 무장하고 있다. 해군에선 고속정장이 ‘지휘관의 꽃’이라 불릴 만큼 힘들지만 보람 있는 자리로 통한다.
“바다에 나가 보면 비상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조타기(키를 움직여 선박의 진로를 유지, 변경하는 장치)가 고장 나 순전히 제 감에만 의존해서 항해했던 적도 있어요. 그럴 때 정장과 대원들이 얼마나 서로를 믿느냐가 가장 중요하죠.”
여군에게 고속정 정장 문호가 열린 건 지난해 8월부터다. 그 전엔 고속정 공간이 좁고 업무가 고되 여성 장교나 부사관의 고속정 승선을 제한했다. 해군사관학교 59기 출신인 오 대위가 고속정 정장이 된 지 5개월. 그러나 그는 정장이 되기 전 해상경험만 4년을 쌓았다. 그는 “군인이라면 여자라고 해서 남자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원들과 매일 12시간 이상 배 위에서 파도를 맞으며 서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모두가 가족이 됩니다.”
◆작전 후 ‘커피타임’이 비결
오 대위가 처음부터 해군 지휘관 자질을 타고난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까지도 수영을 할 줄 몰랐다. 그는 “해사 시절 물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두려웠다”며 “죽어라 훈련해서 인명구조자격증을 땄다”고 했다. 자유롭게 생활하는 대학생 친구들이 부러웠던 적도 많았다. “내가 정말 이 길을 가야 하나 하는 질풍노도의 시절도 겪었다”고 회상했다.
고속정 정장으로 부임한 뒤 남자뿐인 대원들과 신뢰를 쌓는 일도 쉽지 않았다. “대원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축구를 같이 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저를 봐주는 거예요. 운동으로 살을 부대끼며 친해지는 건 남성 지휘관보다 어렵겠구나 싶었죠.” 대신 그가 택한 방법은 작전 후 ‘커피타임’이었다. 갑판 위에서 커피를 한 잔씩 타 마시면서 대원들과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오 대위는 “젊은 사병들의 연애상담을 맡아 하면서 대원들과 마음을 터놓게 됐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외국 해군과 교류하는 일을 맡는 것. “유엔평화유지군에서 연합작전을 펼치고 싶습니다. 그 전에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의 믿음직한 리더가 돼야 겠죠.”
창원=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