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폭염·장마…팔·다리 쑤실 땐 관절염 의심해야
예년보다 1주일 이상 일찍 찾아온 장마로 벌써부터 몸과 마음이 축축 늘어진다. 이번 장마는 7월 중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다음주부터는 찜통더위가 오고 중간중간에 집중호우가 예고돼 있다. 장마와 폭염이 수시로 번갈아 온다는 것이 기상청 예보다.

잦은 날씨 변화와 높은 기온은 인체의 항상성(恒常性)을 깨뜨리고 생리현상을 변화시켜 건강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장마철 집중호우와 이글거리는 폭염에 어떻게 하면 건강을 잃지 않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을까. 여름철 건강과 쾌적한 생활을 위협하는 각종 증상 및 대처법을 알아본다.

◆열(熱)피로 ‘과격한 운동 피하라’


장마 뒤 무더위가 오면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수분과 염분이 빠져나가면서 피로, 현기증, 구역질, 식욕감퇴, 가슴 울렁거림, 두통, 근육경련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흔히 ‘더위 먹었다’고 하는 이런 증상을 ‘열 피로’라고 한다.

여름철만 되면 괜히 가슴이 울렁거리고 정신이 몽롱하고 집중이 되지 않고 피로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열피로 예방을 위해선 뜨거운 햇볕 아래서 심한 육체활동을 삼가야 하며 무엇보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탈수를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인이나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은 탈수가 돼도 갈증을 더디게 느끼거나 못 느끼는 경우가 많아 열피로가 생기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수시로 물을 마실 필요가 있다. 특히 여름철엔 체력 소모가 많은데 입맛이 없다고 해서 식사를 걸러선 안 된다.

음식물 섭취에 신경써야

장마 시즌에는 음식물 섭취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서 식중독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대표적 질병이 비브리오패혈증이다. 국내 어패류의 10~20%가 이 균을 갖고 있는데, 오염된 어패류를 먹거나 피부 상처를 통해 감염됐을 때 걸리기 쉽다.

균이 침투하면 12~48시간의 잠복기를 거치고, 피부에 피가 나는 물집이 생기면서 증상이 시작된다. 구토, 설사, 복통 같은 증세다. 윤희정 을지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만성질환자는 몸에서 힘이 빠지고 열이 나며 오한이 든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자는 비브리오패혈증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따라서 여름철엔 아예 회를 먹지 않는 게 좋다.

간 질환을 비롯해 △알코올의존증 △당뇨병 △폐결핵 △위장관 질환 △빈혈 △악성종양 △백혈병 △면역결핍을 앓거나 부신피질 호르몬제나 항암제를 복용 중인 사람은 모두 고위험군이다. 윤 교수는 “요즘처럼 장마와 폭염이 번갈아 오는 계절에는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식중독에 중독되는 사례가 증가하기 마련”이라며 “만성질환자가 아닌 일반인이라도 가급적 생선의 내장을 바로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근량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장은 “장마와 폭염이 연달아 이어지는 날씨에는 냉장고도 믿을 게 못된다”며 “조리된 음식은 가급적 한번에 모두 먹고, 식중독균은 끓여도 죽지 않으므로 의심되는 음식은 아깝더라도 버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팔다리 통증은 질환 악화 신호

폭염 뒤 다시 국지성 호우가 내리면서 기온이 낮아지면 근육이 수축되고 관절이 뻑뻑해진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평소에 없던 관절 통증이 장마철만 되면 나타난다고 느껴지면 관절염 초기를 의심해봐야 한다. 외부 기압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관절 내 기압이 팽창, 관절 내 조직들의 활동이 왕성해져 나타나는 현상이다.

관절 내부에 염증이 있거나 조각 난 관절연골들이 떠다니면서 주변 조직을 자극해 통증이 악화되기도 한다. 흔히 장마철 관절통 호소는 ‘뻣뻣하다’ ‘시리다’거나 ‘쑤신다’ ‘화끈거린다’ 등의 표현으로 양분된다. 전자는 무릎 연골이 닳아 생기는 퇴행성관절염 증상이다. 후자는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인 류머티즘 관절염 증상에 가깝다.

여름철에는 각 증상에 맞는 생활 대처법이 필요하다. 관절이 뻣뻣하거나 시릴 때는 통증 부위의 온도를 높여주는 것이 좋다.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몸을 움직여 체온을 올리거나 따뜻한 욕조에 관절을 담그고 마사지 또는 관절을 굽혔다 펴는 운동을 한다. 관절 온도가 낮은 아침나절 통증 부위에 온찜질을 해주면 좋다.

차가운 공기는 관절을 굳게 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에어컨 바람은 피하는 게 좋다. 관절이 화끈거리면서 빨갛게 붓는 류머티즘성 관절염에는 찬 물수건이나 얼음주머니를 활용한 냉찜질을 한다. 무리하게 움직이기보다는 몸을 쉬어 염증 활동이 활성화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耳)통은 높은 습도와 온도가 원인

장마철이면 유달리 귀가 간지럽거나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최고 90%까지 올라가는 습도와 더운 날씨가 귀에 있던 곰팡이균 번식을 왕성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곰팡이균은 ‘외이도염’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귀를 건조하게 유지해주는 게 균의 증식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장마철에는 실내라도 가급적 수영을 피하고 샤워 중에도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습도가 높을 때는 선풍기나 부채 바람으로 귓속을 건조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항생제 연고를 귀 주변에 발라주면 어느 정도 진정되지만 일정 기간 후 다시 재발하는 만큼 이비인후과에서 근본적인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윤희정 을지대병원 감염내과 교수